-당신은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본 적 있나요?"-
나는 마음속 말을 꺼내는 것이 무엇보다 힘든 사람이다.
솔직한 마음을 꺼낸다는 행위가 때로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처음의 단호하고 결연했던 마음들은 말이라는 파동을 거쳐가며 그 의도나 순수성이 훼손되곤 했다.
말로 내뱉는 순간, 내 마음은 어딘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 버렸다.
상대의 표정과 분위기에 휘둘리고, 순간의 감정에 물들어
원래 하고 싶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버렸다.
늘 마음속에 말을 묻어두고 한참을 빙빙 돌아
글 위에 모든 것들을 다 쏟아붓고 나서야,
생각이 맺어져 떨어지는 모든 여정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글 쓰는 시간은 내게 가장 정직한 시간이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조용한 공간 속에서,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려낸다.
서두르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그 과정에서 때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내 글은 조금 느려졌다.
어떤 사람들은 머릿속 분명한 지도를 가지고
생각이라는 숲 속에서 알맹이들을 글 속에 오롯이 드러낸다.
명쾌하고 논리적이며, 읽는 이로 하여금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글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생각의 숲 속에서 여전히 헤매는 시간이 많다.
길을 잃은 채로 돌아다니 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작은 깨달음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마음의 조각들을 집어내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을 거쳐 쓰이는 내 글들은 더욱 느리다.
하지만 이 느림 속에서 나는 또 배운다.
빠르게 도달하는 답도 중요하지만, 헤매는 과정에서 만난 진실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명확한 지도 없이 걷고 걷는 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 말을 꺼내는 일이 어려울수록,
그 말이 마침내 글로 나왔을 때의 안도감과 기쁨은 크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말이 문장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비로소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명쾌한 글을 쓰고, 누군가는 느리고 우회적인 글을 쓴다.
나는 후자에 더욱 가깝다.
모든 글이 같을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속도의 마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진정한 자기 글을 찾아간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 깊이 묻어둔 말들을 하나씩 꺼내어 글 위에 올려놓는다.
서툴고 느릴지라도, 그것이 내가 찾은 가장 정직한 방법이니까.
마음속 길을 찾고 생각을 꺼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 여정에 오른다.
나와 같이 서투르고 우둔한 방식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그 누군가에게
발맞춰 걸어가는 이가 여기 있다고,
조용히 손 흔들어 반겨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