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장을 찾기까지

흉내 내던 글들 사이에서 천천히 내 목소리를 발견했다.

by 월화수 엔 Jane

브런치에 글을 처음 올린 날,

나는 몇 번씩 휴대폰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별 반응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이미 수십 번씩

브런치 앱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며칠이 지나 처음 댓글 알림이 떴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들 학교 드롭을 마치고 작은 카페 구석에서

혼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화면에 떠오른 단어 하나가 유독 선명했다.

"작가님..."

나를 그렇게 불렀다. 주변의 소음이 갑자기 희미해지고 가슴이 쿵쾅 뛰었다.

그 단어 앞에서 나는 알 수 없는 긴장과 흥분,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작가라고?

어색하고 낯설었다. 나는 그저 가끔 떠오르는 감정의 조각들을

서툴게 글에 담아 놓는 사람일 뿐인데...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길을 잃는 기분이었다.

매일 쓰긴 하지만 내가 무얼 쓰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루는 일상을 기록하고,

또 하루는 깊숙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또 하루는 오래된 과거의 기억과 조우했다.

사실 주제도 없고 일관성도 없었다.

가끔씩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이게 정말 글이 될 수 있을까?"



그래도 쓰고, 읽고, 고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하고, 적었다 또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게 되었다.

처음 쓴 문장과 마지막에 남은 문장이 전혀 다른 문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문장을 썼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읽었을 때 무언가 이상했다.

누군가의 말투를 따라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적었다.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별거 아닌 듯한 변화였지만 두 번째 문장이 더 나를 닮은 것 같았다.

내가 실제로 친구에게 털어놓듯이 솔직하고 담백했다.



글 속에 나를 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간다.

멋진 주제보다 사소한 일상을,

정교하게 꾸민 문장보다는 평소에 내가 말하듯 써내려 갈 때,

완벽하게 포장하기보다는 조금은 어눌하고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진짜 내가 보였다.



그래도 확신은 없다.

때로는 다른 작가님들의 훌륭한 글 앞에서 위축되는 나를 본다.

멋진 글을 쓰는 이들의 문장 속에서 한숨짓기도 한다.

의미 없는 단어들의 불편한 나열들을 세상밖으로 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도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마음을 다 잡아본다.

내 목표는 그들처럼 쓰는 것이 아니라, 나 다운 글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요즘도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살짝 웃음이 난다.

여전히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 단어가 주는 책임감과 함께 읽어주시는 분들의 따스한 응원도 느껴진다.

어떤 분들은 내 글을 읽어주고 있고, 읽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주시는구나...

하는 감사함이 든다.

완성된 작가로 불리는 게 아니라 그냥 글을 쓰는 사람으로 불리는 것이리라.


오늘도 나는 쓰고, 읽고, 고치며 또 배운다.

내 마음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묻고,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본다.

여전히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너무 자주 길을 잃어서 글 쓰는 재미가 확 떨어지는 날도 많다.

하지만 괜찮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있다는 뜻이니까.

길을 잃어도 계속 쓸 수 있다. 쓰고 읽고 고치는 반복 속에서

언젠가 분명 " 아 이게 바로 나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올테니까.

그리고 또 나는 그만큼 배우고 성장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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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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