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대학 입시의 현실 앞에서
2022년 12월 26일, 2023학년도 대학 수시 추가합격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최초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도 있고, 수시 원서 6장에서 모두 낙방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12월 초순 4개 대학에서 이미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최종 발표 예정일 전날 조기 발표로 숭실대에 최초 합격한 사실을 알았으니, 나 역시도 운 좋게 가까스로 대학에 갈 수 있던 셈이다.
‘한 장 차이’. 단 한 장의 합격증이 나와 탈락한 친구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6광탈―수시 전형에서 지원한 6개 대학을 전부 불합격함―한 친구들의 스펙 면면을 보면 나와 비슷하거나 더 월등한 부분도 많다. 어떻게 된 걸까? 결국 ‘운’의 유무가 최종 당락을 좌우한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숭실대에서 경쟁률이 비교적 낮은 전형·과를 썼고, 생활기록부 속 내 모습이 숭실대의 인재상에 부합했으며, 내신 성적도 시험 운이 좋아 괜찮게 나왔고, 면접도 차분하게 잘 치러서 붙은 것이다. 불합격한 친구들은 거의 다 충족했는데도 하나가 운 없게도 빠져 고배(苦杯)를 마신 것이다. 느닷없이 올해 경쟁률이 치솟아 1단계에서 떨어진 친구, 논술 고사를 망친 친구, 나처럼 2개 대학의 합격 발표를 기다렸지만 끝내 불합격한 친구 등 안타까운 사연뿐이다. 남 일 같지 않다. 나도 만약 숭실대마저 떨어졌다면 꼼짝없이 6광탈하여 재수생 신세가 되었겠지. 떨어진 친구들은 잘못이 없다. 다만 운이 충분하지 못했을 뿐이다. ‘1%의 운과 99%의 노력’이라는 격언이 있다. 노력해야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바꿔 말하면 제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당장은 아쉬운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1년 더 외롭고 고된 길을 걸어갈 친구들에게 감히 얄팍한 위로를 건네기 어렵다. 한 장 차이로 운 좋게 대학에 온 사람으로서, 지금껏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온 친구가 1년 더 고생할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 한구석이 아리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물속에서 사금(砂金)을 건져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날 허탕 치는 것처럼 말이다. 희비(喜悲)와 운명을 갈라놓은 한 장은 서슬 퍼런 칼날보다 날카롭다.
작성: 2023. 01. 03.
발행: 2023.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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