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크킴 Lake Kim Nov 26. 2018

나만의 공간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고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음 같은 각종 부산물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고 싶은 건 해버리는 스타일이라 바로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방을 알아봤다. 
독립을 하면 차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니 지하철역이 가까운 게 좋겠다. 
이왕이면 근처에 각종 편의시설이 있고 도서관도 있으면 좋겠다. 
이런 몇 가지 기준을 마음에 두고 매물을 살폈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들의 돈줄이 되어줄 수 있을 만큼 능력있지 않았다. 

‘지하철역은 없어도 되고, 도서관이야 있어봤자 잘 안 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조건들을 하나씩 포기해갔다.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신축건물에서 오래된 건물로 눈을 돌렸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졌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고 작은 흠이 보였다.
여기는 밤에 안전하지 않을 것 같고 저기는 관리비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식으로

나는 계속 실망하고 포기하고 주저했다. 
결국에는 사회초년생이 부모 곁을 떠나 혼자 살면 평생 돈을 모으지 못 할 거라는 어른들의 말에 수긍하고는 ‘독립’이라는 꿈을 가슴 한 켠에 묻었다. 


대신 지금 살고 있는 방이라도 예쁘게 꾸며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장 몇 십 몇 백만원이 들어도 몇 천만원이 드는 독립보다는 나으니까. 

가장 먼저 ‘셀프인테리어’,’자취방인테리어’,’방꾸미기’ 등의 검색어를 입력해가며 타인의 방을 둘러보았다. 
요즘은 아예 고풍스러운 스타일이나 아예 단순화한 미니멀리즘이 유행인 듯 했다. 
나 역시도 시대에 갇힌 사람인지라 그것들이 예쁘게 보였다. 
그렇게 며칠을 인테리어 구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업무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생기면 포스트잇을 꺼내 커다란 직사각형을 그리고 문과 창문을 표시했다. 
그 안에 침대를 그리고 책상을 그리고 화장대를 그렸다. 
침대에 누웠을 때 머리가 향하는 방향과 책상에 앉았을 때 벽을 바라보는지 창문을 바라보는지 등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했다. 

대충 가구배치를 확정하고 벽지와 어울리는 이불과 테이블을 주문했다. 
어디서 얼핏 본 다른 사람의 취향을 참고해가며.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았다. 
방의 크기에 비해 내가 원하는 것은 너무 많았다. 
캔들워머도 놓고 싶고 꽃도 좀 꽂아놓고 싶었다. 
평범하지 않고 요상한 무언가가 나타나길 바라며 몇 시간째 인터넷만 뒤지기도 했다. 

아직도 이 상황은 진행중이다. 
깔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수납장을 찾다 보니 지금 방을 꽉 채우고 있는 오래된 필기구와 책을 어디에 어떻게 수납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호기롭게 시작한 인테리어는 또 다른 불만족스러운 인테리어로 끝나고, 나는 결국 답은 독립 뿐이라며 악순환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조금이라도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이불커버를 몇 개 골라놓고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이제 안 골라줄거야. 
이제 네가 스스로 선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거든.




엄마는 지금도 거실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다 알고 있겠지?

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결국엔 해낼 거라는 사실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