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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Jan 08. 2019

이방인의 시선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고 랑스의 중부 도시 리옹으로 향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는 그곳에서 앞으로 반 년 가까이 생활할 예정이었다.

한국에서 꾸려온 두 개의 캐리어에는 반 년의 생활을 책임질 물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나는 그 소중한 캐리어를 열차 앞쪽에 마련된 선반에 넣어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혹여 누군가가 캐리어를 훔쳐갈까 불안해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캐리어 근처에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캐리어만 쳐다봤다.  

그러나 그것도 고작 한시간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짐 따위는 잊어버리고 밖으로 흘러가는 이국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논과 밭, 한국보다 낮은 산과 군데군데 보이는 숲, 유유자적하며 풀을 뜯어먹는 소떼,

그리고 시간의 결이 묻어있는 시골의 어느 작은 집.

어느 하나도 놓치기 싫어 목에 걸고 온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댔다.

앞에 앉아있던 중년의 프랑스 여인은 그런 나의 시선을 따라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는 내 눈에 보이는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길가에 심어진 나무의 이파리부터 집의 모양까지 모든 것들이 이렇게나 다른데 그녀의 눈에는 익숙한 일상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반년의 타지 생활은 고국의 익숙함을 지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걸까?

잠깐 외국에 살다 왔다고 한국이 이렇게 달라 보일 줄은 몰랐다.

처음 프랑스에 도착해서 길가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에 신비의 눈빛을 띠었던 것처럼

한국에 돌아와서도 고작 나무 한 그루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건 단지 귀국의 기쁨이 자아낸 뭉클한 감정이 아니었다.

단 한 번도 눈여겨본 적 없던 것이 마음 속에 각인되고,

그 경험에서 파생되어 다른 사소한 것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전적인 변화가 내 몸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한국에 살면서 정작 한국인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요즘은 이 때의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

세상은 언제 다시 익숙해진 걸까.

매일 같은 출근길을 운전하며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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