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부대찌개도 순 MSG인디 말여
B : 괜찮어 깨끗이 씻어먹으면 뎌
엘리베이터에 탄 직원들의 대화가 어딘가 이상했다. 그와중에 그들의 느긋한 충청도 사투리가 대화를 자연스럽게 들리게 했다. 심지어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든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말 대신 누군가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숫자를 바라보고 누군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들 무리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부대찌개 집으로 떠났다. 과연 MSG는 씻어 먹었을까?
그들의 농담을 들으니 예전에 친구와 프랑스의 루미나리에 축제를 갔던 때가 떠올랐다. 우리가 갔던 루미나리에 축제는 워낙 유명해서 그 축제를 보기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몰려드는 축제였다. 거리에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창적인 조명들이 밤을 밝혔고 지역 주민들은 작은 노상을 차려 따뜻한 와인과 간식을 판매했다. 그 축제는 도시 전체를 범위로 개최되었고 우리는 도시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대로를 걸었다. 분명 도시의 가장 넓은 길이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기에 때때로 불어오는 쌀쌀한 겨울 바람 따위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인파에 휩쓸리면서도 키가 작은 아이들이나 작은 강아지들을 치거나 밟지 않도록 신경써야 했기에 더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어린 아이나 강아지가 지나가면 앞서가는 사람들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미리 직감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속도가 느려지길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걷던 친구가 말했다.
친구 : 사람은 발 디딜 틈도 없는데 저 개는 똥 쌀 틈이 있네
친구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뒷다리에 힘을 주고 덩어리를 끊어내고 있는 강아지 주위로 아주 작은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앞 사람 옆 사람 가리지 않고 서로를 밀치며 아주 조금의 지체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똥 싸는 강아지는 참아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그 상황을 재치있게 포착한 친구의 그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반면 나는 긴 글만 줄줄이 쓸 줄 알지 재치에는 젬병이다. 재치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재치 있는 순간을 마주하면 일부러 기억하려고 애쓴다. 슬프게도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 외우고 있는 재치있는 말도 적을 뿐더러 무엇보다 기억해 놓는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 경우가 많았다. 또 재치는 말투와 억양, 목소리의 영향도 많이 받아서 따지고 보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재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정해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재치있어질까? 재치재치 열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방금 이 ‘재치재치 열매’라는 말도 너무 재치없어서 끔찍하다!
아이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