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방향 고속도로나 기차를 타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공장이 보인다. 무엇을 만드는 공장인지는 모른다. 공장은 온 몸으로 스팀펑크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정작 영화나 소설에서 스팀펑크 스타일이 보이면 좋아하지 않으면서 실제로 이런 공장들만 보면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 때묻은 철근과 기이한 구조물, 그리고 때때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바라보면 첩자나 비밀요원이 되어 그 안을 누비거나 인류를 구하기 위해 로봇과 사투를 벌여야 할 것만 같다. 아니면 내연기관이 시끄럽게 움직이는 비행선을 타고 모험을 떠나거나. 어찌됐든 무언가를 보고 그 이상의 상상을 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영주역에 도착하자 마자 화장실로 달려간다. 3시간동안 참았던 불쾌를 내려보낸다. 화장실 사진을 올리진 못 하지만 영주역 화장실은 정말 깨끗하다. 영주역 자체는 오래된 느낌이었지만 화장실을 보고 이미지가 달라졌다. 나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그 장소를 판단하는 데에 화장실을 많이 고려한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어도 화장실에 갔더니 휴지통이 넘쳐흐르고 거울에는 물때가 잔뜩 끼어있다면 다시 그 레스토랑을 찾고자 할 때는 셰프의 요리 실력과는 상관 없이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된다. 반면 인테리어나 음식 솜씨나 어느 하나 특별할 것은 없지만 화장실이 예쁘거나 깔끔하거나 특이하다면 이상하게 그 집은 한 번 더 방문하게 된다. 가장 더러워야 할 곳이 쾌적하다는 데에서 오는 감동 같은 걸 느낀달까.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도 웬만하면 깨끗한데 여기에는 얼마 전 시행된 공공장소 휴지통 없애기 운동이 한 몫을 한 것 같다. 화장실 악취의 근원이던 휴지통이 사라지니 냄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미관상으로도 깔끔해졌다. 여자 화장실에는 휴지통 대신 위생용품을 처리할 수 있는 작은 통이 마련되었는데 남자 화장실은 어떤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직장에서 화장실을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시길, 남자화장실에 청소하러 들어갔더니 누군가가 똥을 지린 속옷을 통째로 변기에 넣어 놓아서 그걸 처리하느라 애먹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남자화장실에는 쓰레기통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예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