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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킴 Lake Kim
Sep 15. 2021
대신 일을 한다는 대직자의 개념이 없는 건지 대직자에 대한 배려도 사전 상의도 없이 휴가를 쓰거나 조퇴를 하는 직원들 덕에 난 오늘도 토 나올 것처럼 일을 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야한다, 임신해서 힘들다 등의 사유는 왜 오전이 아닌 항상 퇴근을 앞둔 시간에만 성립되는가. 그냥 일하기 싫다고 하지. 오늘은 사무실에 있기가 끔찍하리만치 싫어서 일찍 가고 싶다고 하지. 그럼 나도 같은 입장에서 이해를 해주었을텐데. 질병과 임신이라는 어마무시한 장벽 앞에서 그들보다는 덜 아프고 임신도 안 한 나는 입 다물고 일할 수밖에.
사실 나도 허리디스크가 심해 병원에 가 물리치료도 받고 가끔은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내가 빠지면 남은 사람들이 내 몫까지 해야 하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고 몇 시간만 참으면 그래도 퇴근할 수 있으니까 조퇴충동을 눌러가면서 일한다. 툭하면 자체 공강을 치는 대학생도 아니고 엄마 몰래 학원 땡땡이를 치는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직장인이니까. 사회인이니까. 나이 먹은 만큼 내 몫의 책임은 다해야 하고 남한테 피해주면 안되니까. 참을 수 있을 만큼의 통증이고 나 혼자만 몇 시간 견뎌내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배려 없이 한창 바쁜 시간이나 시기만 콕콕 골라 쉬어가며 일하는 것들은 도대체 누가 키운 파렴치한이지?
솔직히 그런 사람들 아픈 게 안 나았으면 좋겠고 애를 낳아도 나중에 애 때문에 마음 고생 심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저주한다. 이게 내가 그들에게 실질적인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나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누군가는 함부로 남의 불행을 바라면 안 되고 특히나 아기한테 나쁜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나도 소중한 자식이고 그들로 인해 나는 이미 불행의 구덩이 속을 헤엄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서로 간에 나쁘지 않은 거래다. 저주를 얻어가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하라구!
너나 나나 쟤나 걔나 우리 모두 한계가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서로 보듬어가며 배려해가며 지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