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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Sep 14. 2021



힘들 때마다 기대어 쉴 수 있는 품을 원한다. 아무리 울어도 얕보지 않고 그만 울라고 보채지도 않는 한없이 자애로운 그런 품. 내가 새알처럼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가 웅크리면 바깥에서는 나를 위해 싸울 태세로 밤이고 낮이고 알을 품어주었으면 한다. 때가 되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테니. 그러리라는 믿음으로 더 깊이 껴안아주었으면. 의문을 품지 않고. 매일 눈물을 흘려도 어느 눈물 하나 보잘 것 없다 여기지 않아 주기를.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잦은 눈물은 쉽게 폄하된다. '또?'라는 한 글자에 한 사람은 영원히 세상과 등을 질 수 있다. 그리하여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감추는 일은 온전히 혼자의 몫이 된다.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이제 그만 울 때도 되지 않았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의 충격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래, 그 사람도 언제까지고 내 눈물을 품어주어야 할 의무는 없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의무를 지닌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 누구든 내 눈물의 가느다란 줄기를 싹둑 잘라버릴 수 있다. 그 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품이 아닌 베개의 품이 더 편해졌던 게.

울다가 지쳐 잠든다는 어구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밤 또한 있다. 밤새도록 지치지도 않고 주륵주륵 새어나오는 슬픔을 어느 누가 자신의 것인냥 받아내줄 수 있을까. 나는 백이면 백 지친다고 그만 좀 울라고 할 만큼 울 자신이 있고 보통은 굳이 마음 먹지 않아도 그만큼 운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나는 일은 계속 생기고 한 번 울면 끝장을 봐버리니 누구든 옆에 있다면 질릴 수밖에. 징하게 울어대는 나한테 질릴 거라고, 그런 설익은 두려움 속에 산다. 실은 나도 누군가를 무한히 품어줄 자신이 없으면서. 세상 사람 다 그렇지 않을까. 슬플 때마다 외롭고 그러기 싫어 품을 찾고 그러다 누군가는 저마다의 신을 믿고 누군가는 안으로 파고 들고. 바깥에서든 안에서든 구원받고 싶은 마음,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은 똑같으면서. 나는 남에게 기대어 울지 않으니 후자에 가깝다. 사람도 신도 믿지 못 하면서 품에 안기고 싶어 이불 속에 베개 속에 파고들고 파고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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