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오리 지낼 리티에 대해서 (p.85)
1. 요즘에는 어떤 분야든지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중에 돋보이기란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람들은 실력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 그 사람만의 '무엇'을 더 가지고 있다. 그 무엇이란 본능적으로 '아 이것은 그 사람의 것이다.'라고 알게 되는 바로 오리지낼리티다. 우리는 오리지낼리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결과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모두는 자신만의 오리지낼리티를 찾고 싶어 한다.
오리지낼리티는 많은 경우, 허용과 익숙해짐에 의해 당초의 충격력을 상실하는데 그 대신 그런 작품은 '고전'(혹은 '준고전')으로 격상됩니다. (p.91)
2. 위대한 오리지낼리티는 등장과 동시에 충격을 가져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전으로 남아 시대를 관통한다. 이것이 고전을 클래식이라 하는 이유이다. 고전은 인간의 보편적인 면을 다루고, 곧 인류의 상식이 된다. 그래서 클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리지널'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채워져야 합니다.
(1) 다른 표현자와는 명백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사운드든 문체든 형식form이든 색채든)을 갖고 있다.
(2)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 업 할 수 있어야 한다.
(3) 그 독자적인 스타일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
그것이 오리지널인가 아닌가는 '시간의 검증을 받지 않고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그 스타일의 질을 논하기 이전에 어느 정도 몸집을 가진 실제 사례를 남기지 않고서는 '검증 대상에 오르지도 못하게' 됩니다. 여러 개의 샘플을 펼쳐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지 않고서는 그 표현자의 오리지낼리티가 입체적으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p.97-99)
3. 오리지낼리티는 바로 직감할 수 있다. 가수로 예를 들자면, 오리지낼리티가 있는 가수들은 본인의 노래뿐 아니라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른다 하더라도 원래 본인의 노래였던 것처럼 소화한다. 단지 음색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리듬이나 해석력, 표현력 등 많은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그런데 단지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론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없다. 원히트 원더를 오리지널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다.
스타일을 넘어 오리지널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많은 예시가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과정으로써의 창작자의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리지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리지널에는 스토리가 있다. 또한, 독창성이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어떤 식으로든 동시대 혹은 후대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다.
'원천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p.103)
4. 훌륭한 오리지널에는 배경이 있다. 사람들은 작품에 숨겨져 있는 뒷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그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사고과정이 있었는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창작물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물만 접하는 것은 사실 결과물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는 것이다.
자신만의 오리지널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는 데는 우선 출발점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오히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 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p.105)
5. 'Less is more.' 또는 'Simple is best.'는 사실 디자인을 배울 때에 널리 주의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 자체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덜어내는 것은 우선 가득 채운 이후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비워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냥 없는 것이다. 초보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비우기 전에 많이 배워서 채워야 한다. 이것을 헷갈리면 오리지널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오리지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실력이 갖추게 되었을 때, 비로소 덜어내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꼭 필요하고 무엇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 혹은 전혀 불필요한지를 어떻게 판별해나가면 되는가.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p.106)
6. 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나누는 기준은 참 모호하다. 아마도 우리 존재가 말랑말랑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세우는 기준 역시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나에게 즐거운가'라는 기준은 추상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분명하고 알기 쉽다. 평가의 대상이 되는 가치는 때에 따라서 늘 바뀌지만 즐거움이라는 상태는 언제나 알아챌 수 있다.
만일 당신이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그런 본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 (p.110)
8. 무엇을 좋아하는가라고 물어보는 것보다 무엇을 싫어하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확실한 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하기보다 '이것만 아니면 돼'라는 쪽이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기도 하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아주 심플한 표현이지만 이것이 오리지낼리티의 정의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 사람 자신의 것인 어떤 것." (p.113)
9. 우리가 찾는 것은 바로 오리지낼리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