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지브리, 그리고 하루키

by Lakoon

1. 한창 지브리 스타일로 사진을 바꾸는 게 유행이다.


2. 아마 한철의 유행으로 소비될지 모르지만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간간히 AI가 지브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진다. 사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AI의 작업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바 있어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것 상관없이 지브리의 화풍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물론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어서 뭐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양쪽 모두 이해가 된다.


3. 얼마 전 아는 지인과 표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표절에 대한 정의와 판단은 굉장히 미묘한 듯싶다. 표절과 가장 구분 짓기 어려운 부분은 오마주 또는 패러디가 있을 수 있겠고, 참조라는 부분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개개인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고, 또 그 대상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도 중요할 것이고, 아무튼 뭐라 딱 정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데 또 말로 설명은 어렵지만 막상 어느 것을 보면 우리는 그것이 표절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마치 미국 대법관이 음란물에 대해 (정확히 뭐라 정의하긴 어렵지만) "I know it when I see it"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 그런 의미에서 AI가 사용자가 첨부한 사진과 명령 프롬프트에 따라 '지브리 스타일'로 일상 사진을 변환하는 것은 내 생각에 표절이라기보다는 지브리 화풍에 대한 애정으로 보인다라고 하면 비난받을 의견인지 조심스럽다. 다른 스타일 이를테면 디즈니, 픽사, 짱구, 원피스 등등의 스타일보다 압도적으로 '지브리 스타일'이 많은 것을 보면 그렇게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여하튼 중요한 것은 왜 유독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저작권 이슈가 더 주목받는 것일까?


아마도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 강렬함과 쉬운 접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번 챗GPT의 Sora를 이용한 이미지 창작 이전에도 AI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음악이나, 그림이나, 글쓰기 등등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5. AI를 이용한 창작물에 대한 궁금점은 여기에서 생긴다. 어디까지 저작권이 인정될 것이고, 어느 분야에서 특히 그것이 중요하게 다가올 것인가라는 점이다. 만약 어느 글쓰기 작가가 하루키 스타일로 AI를 이용해 글을 썼다면 그것이 발견될 수 있을까?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글이라는 특성도 있고 무엇보다 그림으로 보이는 특징보다는 글에서 보이는 특징이란 것이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6. 이제 AI가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또, 기존의 잣대로 AI 창작물을 판단할 수도 금지할 수도 없다. 우리가 판단하기도 전에 그것의 몇 배 몇십 배가 넘는 새로운 창작물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표절이라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솔직히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를 이용한다는 것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해왔던 창작의 아주 작은 부분을 그저 흉내 낼 뿐 그것이 세상에 어떤 영감도 일으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7. AI는 분명 획기적이다. 하지만 결국 도구일 뿐이다. AI를 사용한다고 사용자가 하야오가 될 수도 없고, 하루키가 될 수도 없다. 사람들이 지브리 스타일을 사용하는 것도 그것을 증명한다. 새로운 스타일을 창작하지 못하고 기존의 스타일만 답습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AI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 스스로 사고하고 창작하는 능력이다.


AI는 스스로 아무것도 못한다. 사용자의 질문 또는 명령에 따라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다. AI시대에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조각하고, 다듬고, 걸러내고, 선택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AI가 표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표절하는 것이다. 이로써 명확해진 것이 있다. 지금의 '지브리 현상'은 지브리를 침해할 수 없다. 그 안에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그저 하나의 코스프레에 불과하다.


8. 결론적으로 AI가 있든 없든 우리는 늘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end. 그런데 또 누가 아는가, 이 글도 AI가 대신 써준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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