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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말해주는 나』 – 잠재의식과 강박에서 벗어나기

한 그루의 밤 ep.26

by lala

나는 자주 수능 시험을 망치는 꿈을 꿨다. 반복적이고, 생생하며, 너무 구체적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시험지를 받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펜은 손에 쥐어지지 않았으며, 시간은 무섭게 흘러갔다. 시험지가 백지로 남아 있는 채로 종이 울리는 순간, 나는 어김없이 꿈에서 깨어났다. 한밤중이었고, 등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이미 수년이 지난 일이었지만, 그 감정은 여전히 현실처럼 되살아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안이라 여겼다. 시험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과거의 스트레스가 다시 떠오른 것일 거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이 단지 과거의 그림자가 아니라,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강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잘해야 한다는 마음. 실패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믿음. 나의 존재 가치는 언제나 ‘성공’ 위에 세워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을 ‘억눌린 욕망의 상징적 표현’이라 말했다. 낮 동안 억제된 감정이나 사고가 검열을 피해 상징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꿈이라는 설명이다. 내가 반복해서 수능을 망치는 꿈을 꾸는 건, 아마도 내 안의 무의식이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스스로조차도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상을 하던 어느 날,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 그토록 특별해지려 했을까. 왜 늘 일등이 되어야만 했을까.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공포가 늘 함께 있었다. 그 두려움은, 강박이라는 이름으로 내 꿈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꿈을 통해 나를 다시 만났다.


루이즈 글릭은 “모든 성공의 바닥엔 항상 소외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성공하고자 했던 내 열망의 밑바닥에는, 누군가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억, 조건 없이 사랑받을 수 없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했고, 실패한 나를 나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내 무의식은 그 부정된 나를 꿈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칼 융은 꿈을 자아와 무의식이 만나는 장이라 설명한다. 그는 꿈을 ‘무의식이 의식에게 건네는 상징의 언어’로 보았다. 꿈은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감정과 신화를 함께 품고 있는 시적 형식이다. 말보다 더 깊고, 생각보다 더 정직하다. 도망치던 계단, 끝없이 반복되는 복도, 늘 늦게 도착하는 버스. 그런 꿈들은 늘 나를 말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명상 중에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아. 너는 일등이 아니어도 돼. 40점을 받아도, 그것도 너야.” 놀랍게도, 그 이후로 나는 그 꿈을 꾸지 않았다. 그건 단순한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내 잠재의식이 마침내 나의 수용을 느낀 순간이었다. 무의식은 억누름보다 인정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안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조각만을 보고 살아간다. 무의식은 늘 그늘에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실패한 자기, 작아진 자기, 특별하지 않은 자기를 마주하게 된다. 꿈은 그런 무의식이 건네는 조용한 손편지다. 오늘도 우리는 그 편지를 찢어버리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잠시 멈추어 그 뜻을 읽어볼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진실한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될지 모른다.


이제 나는 실패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아니, 완전히 그렇지는 못해도, 적어도 조금씩 허용하고 있다. 특별하지 않은 날들을 기꺼이 살고, 애쓴 결과가 평범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강박 속에 갇혀 있지만, 언젠가는 그 꿈으로부터도, 그 기준으로부터도, 천천히 걸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의 시작은 언제나,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하나의 문장이다.


� 매일 밤, 문학과 철학의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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