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10
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10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저 사람에게 끌릴까?”
특별히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을 걸어온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머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 사람이 있는 공간의 공기 밀도조차 다르게 느껴지고,
그 사람이 말할 때면 배경음이 잠시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끌림은 참 묘한 감정입니다.
논리로 설명하려 하면 빠져나가고,
억지로 외면하려 하면 더 선명해지는 감정.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 감정을 아주 냉정하게 바라봅니다.
사랑은 개인이 아니라, 종의 속삭임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건
감정이나 인격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유전자의 결합을 향한 생물학적 본능이라는 말이죠.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을 그저 유전자 보존의 도구로만 본다면,
이유 없는 끌림, 닿을 수 없는 동경,
그리고 아무 결과도 남지 않는 마음의 떨림은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이탈리아 작가 스탕달은 말합니다.
사랑은 결정(結晶) 작용이다.
즉, 우리가 끌리는 대상은
사실 그 사람이기보다,
그 사람을 통해 떠오른 ‘내 안의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미학자 루살린드 크라우스는
예술에 대한 감정과 끌림의 본질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끌림은 결핍의 구조를 따른다.
그 사람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한때 품었다가 버린 꿈,
혹은 상처 입은 채 묻어두었던 감정을
그 사람이 태연하게 꺼내놓을 때,
우리는 갑자기 그에게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그 사람을 통해
내 안의 공백이 조용히 빛을 받는 순간,
끌림은 시작됩니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말합니다.
“타자의 얼굴은 나를 나 자신에게로 이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끌리는 순간,
사실은 나를 향해 돌아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은 나를 바꾸는 사람이기보다,
내 안의 어떤 문을 열어주는 열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은,
어쩌면 자기 자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욕망일지도 모릅니다.
끌리는 이유를 다 알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 감정이 사랑이든, 동경이든,
혹은 지나가는 한순간의 떨림이든,
그 모든 감정은 당신이 지금도 살아 있고,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왜 끌리는 걸까”라는 질문의 끝에는,
언제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따라옵니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언젠가 조용히 깨어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밤도,
당신의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당신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한 그루의 밤,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