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때문에 답답하고 힘들 때

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11

by lala

요즘 유난히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 한마디에 온종일 마음이 휘청이곤 합니다.

그 말, 그 표정, 그 무심한 한숨.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지만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가시처럼 남습니다.


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왜 자꾸만 상처받는 걸까?"

하지만 정말 내가 약해서 그런 걸까요?

그보다는 아마,

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상처도 깊어진 것일지 모릅니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망은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면서도 되지 못할 때 생긴다.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마음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저 사람은 나를 그렇게 보지 않아."

이 간극이 커질수록

나는 나를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됩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시지프 신화』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자유는 타인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된다.


관계란 결국,

타인의 말과 시선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수는 없고,

모든 오해를 바로잡을 수도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그 진심이 왜곡되거나 가볍게 흘러가는 일은

살면서 수없이 반복됩니다.


그럴 때,

상대의 말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건

그 말에 반응한 '나' 자신입니다.

"내가 왜 그 말에 이렇게 아팠지?"

"무엇이 내 마음을 그렇게 흔든 걸까?"

그 질문은 단순한 분석이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섬세한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작입니다.


사람 때문에 답답한 날엔,

우리는 더 조용해지고 더 고립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주고,

말을 해도 어긋나는 그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천천히 스스로를 잃어갑니다.


그럴수록

가장 먼저 나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나를 지키고 있는가?"

"나는 지금, 내 마음을 제대로 돌보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나 '괜찮지 않은 날'을 살아냅니다.

그날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누구의 이해보다도

스스로를 안아주는 마음입니다.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 소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증거다.


그러니 상처받았다는 사실은

당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심을 다 쏟아낸 뒤에는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합니다.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하지만,

늘 함께 아파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도 당신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기에,

당신만은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편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사람 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있다면

잠시 거리를 두어도 괜찮습니다.

조용한 방에 앉아,

스스로의 마음을 천천히 닦아주는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위한 가장 부드럽고 확실한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한 그루의 밤,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