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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영희의 판도라]팔자 고치는 법

소명의식과 자신의 루틴을 만들어라

  신수(身數, 운수)의 계절이다. 요즘은 주로 30대가 주 고객층이다. 나라가 풍전등화이니 30대 또한 바람 앞에 등불처럼 불안하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의외로 사주들이 좋다. 베이비부머(전후세대) 세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불안하다. 지난해 미국 퓨리서치센터 설문 조사에서 전 세계 17개국 중, 대한민국은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았다. 가족의 화목이나 건강이 아니라, 돈을 삶의 최고 의미로 선택한 것이다. 그 기사를 보고 한참 가슴이 먹먹해 딴 짓을 하다 다시 신문을 보았다. 우리의 정신은 점점 더 후진되어간단 말인가.


  - 경제 고성장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경제가 저성장시대입니다. 일본이나 유럽처럼 물건 아껴 쓰고 절약하며 살아야 합니다. 


  재작년까지도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말 할 수 없다. 집을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을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치기 해 버린 위정자들 때문이다. 결혼을 엄두도 못내는 젊은이들. 결혼은 했으나 아이 낳을 엄두를 못내는 젊은이들. 그들에게 돈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돈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만든 게 누구인가. 요즘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고금리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 없는 사람의 지옥은 계속된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일까. 대한민국은 지금 들끓는 욕망의 도그마에 갇혀 폭발일보 직전 같다.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코인으로, 돌아보면 죄 돈 벌었다는 사람밖에 없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돈독이 올라 노름꾼이나 야바위꾼들처럼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모두들 FOMO(포모, 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는 공포) 증후군에 시달린다. 정치인들은 또 어떠한가. 내일 나라가 멸망해도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침 뱉으리라 다짐한 듯하다.


  - 선생님, 팔자를 바꾸는 방법은 없습니까?

  20년 가까이 상담을 하고 있다. 그 방법이 있으면 나부터 팔자를 바꿔 대통령이 되었겠다.  


  - 팔자를 바꾸는 방법은 없는데, 보수공사를 해서 조금 고치는 방법은 있지요.

  연월일시 네 기둥의 여덟 글자, 사주팔자는 하느님의 프로그램이다. 태어날 때 신(神)이 인간의 이마에 찍어준 바코드다. 모든 사람의 팔자는 다 개별적이다. 쌍둥이도 다르게 본다. 불교적으로 해석하면 당신의 전생이나 전전생의 성적표다. 514.800개의 사주팔자 중 좋은 사주는 2프로에 불과하다. 100프로 맞는다면 98프로의 사주팔자를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 


  살짝 안 맞다. 왜냐,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별들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다. 별들의 운행리듬과 같이 돌아간다. 그러니 명리학은 승률 76.5프로의 천문통계학이다. 매우 높은 확률이다. 이 80프로에 가까운 운명을 뛰어 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20프로의 가능성이 있다. 20프로, 또한 높은 가능성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죽을 힘을 다하면 80프로 운명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팔자를 고치고 싶은 사람은 마음의 방향부터 바꾸어야 한다. 태평성대를 선택할 수 없으니 마음의 방향부터 바꾸고, 그 다음 실천하면 된다.


  첫째, 자신은 어떤 인간으로 살다 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세상에는 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고, 과일을 키우는 사람이 있고, 옷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범죄자를 잡는 사람이 있고, 피해자를 변호하거나 죄를 판단하는 사람이 있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간호하는 사람이 있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있고, 노래와 춤으로 혹은 글과 그림으로 사람들을 위로 하는 사람이 있고, 수도자로서, 또는 지구를 청소하는 일로서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 자신의 삶의 몫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을 위한 소명(召命)의식을 가지는 게 좋다. 삶의 방향이나 뜻의 방향을 세우지 않으면 좌표를 잃은 배처럼 평생 우왕좌왕, 허둥지둥, 우물쭈물, 갈팡질팡하다 노년을 맞게 된다. 삶의 방향은 수정할 수 있지만, 너무 자주 수정하면 역시 삶이 누더기처럼 누추하게 되고 만다.  


  부자로 살다가고 싶다고? 괜찮다. 그러나 팔자가 부자 팔자가 아니면 이런 희망이야말로 ‘희망고문’이 된다. 우선 자기 팔자를 좀 알 필요가 있다. 돈이 많은 팔자라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다. 돈이 많은 사주는 신약하여 몸이 아플 수 있고, 공부 운을 칠 수가 있다. 몸이 약해도 좋고 공부 못해도 좋으니 돈만 많았으면 좋겠다고? 가능하다. 다만 베풀고 살지 않으면 단명(短命)한다. 재벌들을 자세히 보라. 행복해 보이는가? 그들은 더 불안하다. 자신들의 자산이 줄어들까봐. 물질만 추구하는 삶은 악(惡)만 있는 짐승의 세계와 같다. 그들은 때때로 명사를 초청해서 선(善)의 세계인 문화와 예술을 주입해서 인간임을 각성하며 산다. 재벌들이 뮤지엄(museum, 미술관이나 발물관)을 많이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감각적 욕망(성욕, 식욕, 소유욕, 소비욕)에 휘둘리지 않을 내공을 쌓아야 한다. 내공 쌓기가 만만치 않다. 이 힘은 고독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고독을 견디며 내공을 쌓는 일은 독서뿐이다. 오락성 말고, 작품성 높은 영화도 괜찮다. 요즘은 감독들이 너무나 문학적이다. 문학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예술이다. 예술이란 아름다움 혹은 추함을 표현하는 창조활동이다. 다른 사람의 성숙한 창조활동을 흡수해 자기 내면의 가치를 키우는 사람은 헛짓하지 않는다. 그닥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다. 방탕하지 않는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하루를 알차고 충만하게 산다. 그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걸 안다. 자본의 축적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성장에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 희열을 알면 불안이나 부러움이 사라진다. 쉽지 않다.


  셋째, 감사하는 마음이다. 늘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절대 팔자가 고쳐지지 않는다. 평생 불평불만만하다 죽을 공산이 크다. 삼라만상은 화엄(華嚴, 부처와 중생이 본래 평등하다)의 세계다. 들판의 꽃처럼 모두 다를 뿐이다. 패랭이꽃이 가시가 있는 장미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삶이란 고통의 바다다. 그 고통을 겪으며 나아가면 된다. 자신만이 겪는 바꿀 수 없는 고유한 삶을 사는 자신을 사랑하라. 고통을 겪으며 점점 성숙해지는 영혼을 알아차리게 된다. 소설책이나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삶의 주인공임을 안다. 해서 삶의 복병이 나타나도 멋있고 당당하다. 물과 운명과 사랑은 제 갈 길을 잃어버리는 법이 없다.


  넷째, 적선을 하라. 돈으로 목숨을 잇는다는 말이 있다. 어느 날 있어 보이는 50대의 여인이 상담을 왔다. 남편과 나이 차이가 14살이나 났다. 남편은 연구원출신이라고 했다. 사주는 편재(偏財)가 충이지만 두 번 결혼할 사주는 아니고 여자가 두 번 시집가는 사주였다. 그러나 나이차가 7살 이상 나면 팔자땜을 한다고 본다. 부부는 둘 다 초혼이었고 여태 잘 살고 있지만, 시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남편이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 그 재산 안 까먹었으면 당신이 죽었을 겁니다.

  여자는 눈이 동그래졌다. 편재는 큰 재물이기도 하지만 여자이기도 하다. 그 돈 안 나갔으면 당신이 큰 병 걸려 아팠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사기를 당했으니 적선은 아니지만 크게 보면 그 사기꾼은 그 돈으로 가족을 부양했을지도 모른다. 적선은 이렇게 사람의 명줄을 이어주기도 한다. 마음으로든 물질로든 인색하게 살면 안 된다. 그렇다고 낭비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보시를 말한다. 재산을 모으는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적선을 하면 더욱 이자가 천문학적으로 불어서 돌아온다. 


  다섯째, 자신의 루틴(routine)을 만들어야 한다. 책상 정리를 잘 한다든가,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한다든가, 설거지는 절대 쌓아두지 않는다든가, 언제나 주차는 반듯하게 한다든지, 소식(小食)을 한다든지, 요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반드시 하루에 자신이 정한 규칙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이상이다. 모두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러나 티끌모아 태산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어느 날 눈빛이 쓰윽 깊어지면서 팔자가 달라져 있음을 느낄 것이다. 우리의 모든 젊은이가 이렇게 산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성숙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집단 지성이 선진국을 만든다. 지성이란 감각과 본능을 이겨내는 힘이다. 


  종일 눈이 내린다. 폭설주의보가 내려졌지만, 나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중무장을 하고 애견과 산책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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