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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Nov 29. 2021

나는 냥딸 엄마입니다

애는 없고요, 냥딸은 있어요 

사냥 놀이 중인 라떼

우리 집에는 애가 없다. 딩크족이었던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나의 아이가 있을 사주가 들어왔던 2018년에 고양이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 


애는 없고요, 냥딸은 있어요


냥딸을 둔 엄마집사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 우선 물그릇의 물들을 신선하게 바꿔준다. 음수량이 많지 않은 고양이들은 방광염에 잘 걸리기 때문에, 항상 다니는 길목에 물그릇과 정수기를 두어 음수량을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나 아픈 것을 잘 숨기는 성향 탓에 세심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똥통 정리이다. 흔히들 집사들에게는 '감자 캐기'라고 한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배변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모래에서 용변을 보도록 본능이 탑재되어있다. 모래 속에 숨겨진 오줌이 덩어리 져서 감자처럼 생겨 감자를 캔다고 한다. 똥은 모양이 '맛동산' 같이 생겨서 맛동산을 캔다고도 하는데, 그 이후로 나는 진짜 과자 '맛동산'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우선 물그릇과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일단락의 할 일은 끝났다. 다음은 사료 챙기기. 우리 집은 둘 다 맞벌이라서 자동 급식기를 설치하였다. 고양이는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는 규칙적인 동물인 덕분에 규칙적으로 밥이 나오는 자동급식기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밥통 앞에 앉아서 밥을 더 달라고 시위하는 냥딸을 이길 부모는 없어서 무작정 앉아있곤 하면 밥을 주곤 했다)

우리집에 온 둘째날
나에게 남편은 '고양이'를 '애'처럼 키운다고 했다


사실 캣 초딩(1살까지) 일 때는 밤새 놀자고 자꾸 울어대서 새벽까지 놀아주고 자다가도 놀아주던 통에 '이석증'이 오기도 했다. 혼자 집에 두고 가기가 내가 무서워서 영화를 보러 외출을 몇 달간 하지 못했다. 


고양이도 6개월 1살 전까지 경험을 많이 해야 낯선 것에 거부감이 적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맛과 감각들을 놀이시켜주듯이, 우리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양이가 무서워한다는 '초인종 소리' '낯선 사람 방문' '드라이 소리' 등을 적응시키는 연습을 했다. 그때는 코로나가 오기 전이어서 집에 오는 '가스점검 아저씨' '정수기 아줌마' 등 다양한 낯선 사람들이 오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이 되어서 인지 낯선 사람을 반가워한다. (지금은 너무 반가워해서 큰일인 듯)


소리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맛에도 노출이 단계적으로 필요한데, 다양한 사료에도 노출을 시키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사료 그리고 간식은 최대한 안 주려고 노력을 했다. 고양이 '사료' 에도 '건식'과 '습식' 이 있으며, 더 높은 단계의 '생식' 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료를 접해서 맞는 사료를 찾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 사료를 바꾸거나 입맛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 아기처럼 1살이 될 때까지 고양이도 예방주사를 3차까지 맞아야 한다. 처음 건강 검진할 때는 링웜과 백혈병 등 다양한 검사도 필요하다. 예방주사를 3차까지 맞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접종을 하면 된다.  


포대기에 쌓여있는 라떼

초반에 발톱을 깎일 때 다치지 않게 수건에 싸서 안고 있으니 아기를 포대기로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낮잠 시간인데 왜 안 자니


맞벌이 부부다 보니 낮에 사람이 없어서 낮 2시부터 5시까지 낮잠을 규칙적으로 자는데, 주말이나 재택근무로 사람이 집에 있는 시간이면,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해서 바이오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고양이를 어르고 달래기도 했다. 


낮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자지 않으면 재우려고 이불속에 넣거나 낮잠 자는 타워에 데려다 놓고 숨을 죽이고 기다리기도 했다. 

침대에 누워자는 라떼

버릇을 들어버린 걸까 가끔 추운 날이면 스스로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잠을 자곤 한다. 남편을 닮아가는 건지 불을 켜놓고 자지를 못하게 해서 불이 꺼져야 잔다. 사람이 따로 없다. 사람처럼 소파에 앉고 침대에 눕는다. 등을 대고 자주 누워있어서 우리를 어미로 알고 자기가 사람인 줄 알고 따라 눕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산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영역의 감독 관리는 철저하게 한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집의 창문을 다 열어둔다. 창문은 고양이들에게 'TV'와도 같다. 집 근처에 새들이 많이 날아다닌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간혹 동물 TV를 틀어놓는 집들도 많다. 


아기를 키우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우리 집 고양이도 미친 듯이 운다.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거나 아니면 꼭 같이 화장실에 들어와야 한다. 


나도 간혹 요리를 해야 하면, 울어대는 라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혹은 요리하고 있는 가스레인지 위로 갑자기 뛰어오를까 봐) 패드의 고양이 사냥 영상을 틀어주고는 하는데, 엄마들이 왜 식당에서 애들한테 핸드폰을 보여주나 알 것 만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어쩐지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낮잠시간을 놓치면 낮 내내 깨있다가 저녁에 잠을 자고 새벽에 깨어나 놀아달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낮잠을 꼭 재워야만 한다. 애기들은 그냥 안아서 어르고 달래면 되는데 고양이는 낮잠을 재울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어서 처음에는 고난이었다. 


고양이의 자아성립

캣 초딩을 지나 1살, 2살이 되자 아가씨가 된 우리 집 고양이 라테는 조금 더 자신만의 세계와 자아가 생겼다. 무조건 내 발밑에서 발을 붙잡고 자던 캣 초딩을 지나서 저녁에 잠자는 자리가 생겼다. 자신의 소파에서 잠을 잔다. 

발을 붙잡고 자는 라떼

 

1살이 지나면서 점점 생겨난 기호들은 2살이 되면서 거의 확고해졌다. 집사가 누구인지 인지하고, 초인종이 울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간식, 좋아하는 것들이 생겼다.


캣 초딩 때는 무덤덤한 캣잎도 중성화 수술 이후 1살이 넘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시가 되어도 잠을 자러 오지 않으면 왜 자러 안 오냐고 잔소리를 하면서 계속 울어댄다. 그럼 성화에 못 이겨 침대에 가서 누워 자는 척을 한다. 


그럼, 라테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몰래 침대를 빠져나와 넷플릭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사이에 따라 나와 째려보며 잔소리를 하는 우리 집 고양이. 어쩔 때는 할머니가 보낸 환생인가 무섭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고양이 라테는 절대 무릎에 올라오지 않는다.(무릎냥이 아니었다) 자신을 끌어안는 것은 제일 싫어한다. 싫어하는 것에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싫고 좋고가 뚜렷해졌다. 좋아할 때는 오토바이 같은 드르렁 소리를 낸다. 집에 들어오면 자신을 제일 먼저 만져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져줄 때까지 쫒아다니면서 운다. 


가끔은, 

우리집 고양이는 자기가 '사람' 인줄 아는 것 같은데, 고양이를 '애'처럼 키워서 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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