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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Dec 01. 2021

고양이를 키우면 애가 안 생기나요?

애는 없고요, 냥딸은 있어요 (2)

창밖을 보는 미모냥 라떼

우리 집은 아직 애가 없다. 집에 이제 2살이 넘은 냥딸은 있다. 우리는 우리 집 큰딸이라고 부른다. 어쩌다 보니 K-장녀가 아니고 K-장냥 이 되었다. 


고양이가 있는 것을 양가에 1년 넘게 숨겼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양가 부모님들의 성향을 알아서였다. 1년이 지난 후, 집에 부모님이 오실 일이 생겨서 고양이가 있음을 오픈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할 때쯤 같이 살았던 이모네가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주었다. 엄마는 이모집에서 고양이들을 먼저 만나보았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자 


"그런 거 키우면 애가 안 생겨!"라고 대뜸 소리를 질렀다. 


진짜 고양이가 있으면 애가 안 생기는 걸까. 


엄마는 고양이가 무섭다고 했고, 시어머니는 털 날린다 했다. 다행히 개냥이인 우리 집 고양이도 사람이 한꺼번에 식구들이 집에 들어오자 숨어버렸다. 엄마와 아빠는 고양이가 있다더니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더니 대뜸 한다는 첫마디는 


"크다!" 


였다. 엄마 아빠가 티비에서 보던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들이었나 보다. 우리 집에 라떼가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고양이가 있다고 말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라 고양이가 크다고 느끼셨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엄마가 소파에 누워있는 사이, 나는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놓고 잠시 안방에 갔다. 그 사이 건조기가 다 돌아가는 소리가 났고, 우리 집 고양이 라떼는 그 많은 식구들 아빠, 나, 동생, 남편도 아니고 소파에 누워있는 엄마 머리맡에 가서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황당해하면서 


"왜 나한테 그래!" 


라고 말했다. 나는 라떼의 울음에 뛰쳐나와서 건조기의 빨래를 꺼냈다. 원래 대빵(대장)에게 가서 소리를 지른다면서 어물쩡 대답을 하고는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가끔은 외할머니의 환생인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엄마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줬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제법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자꾸 보니 정이 든다고 했다. 무서워하던 고양이도 쓰다듬어주고, 봉사활동 과외를 가서도 우리 딸네 집에 고양이를 키운다 고 자랑도 했다. 


아빠는 고양이가 무릎에 좋다는 둥, 잡아먹겠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농담으로 할 때마다 나는 "안돼!"라고 소리를 질렀다.


시어머니는 고양이를 버려버리겠다, 문을 열어두고 나가라고 할 거다.라고 말을 할 때마다 남편은 "그럼 엄마 우리 집에 못 와"라고 대꾸를 하였다. 


부모님들은 그깟 고양이가 뭐라고 부모에게 소리를 지르나, 섭섭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고양이는 '펫' 이 아니라 '가족' 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에 내가 낳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라떼에게 "우리 집 냥딸"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어쩐지 "엄마" "아빠"라는 호칭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던 때가 있었다. 

명찰을 처음한날 라떼
캣맘'을 혐오하는 시대 


우리 집에 들어온 고양이 '라떼'도 원래 '길고양이'였다. 

간혹 길고양이라는 말보다 '동네 고양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강아지와는 다르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다. 간혹 일본이나 타국에서는 고양이가 영물처럼 여겨지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고양이들이 차 밑에 들어가거나 하는 일들이 많아서, 심심치 않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고양이 학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고양이 밥을 주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생태의 법칙을 깬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먹을 것을 찾아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것도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밤새 울어대는 소리나 눈이 무섭다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어도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많다.


길에서 아이들이 던져주는 김밥이나 음식쓰레기를 먹던 라떼를 구조해서 우리 집에 처음 데려온 날 1시간 만에 라떼는 우리 집을 둘러보더니 벌러덩 배를 뒤집고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제집인 것처럼. 그래서 아마, 그 시기에 이사가 많았던 만큼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박스에 넣어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가만히 박스에 있었던 것을 보면, 집을 낯설어하지 않고 벌러덩 누워서 자는 걸 보면, 원래 사람의 손을 타던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포인 핸드 어플에도 올리고 카페에도 올리고 고양이를 찾는 포스터도 찾아보았지만, 찾는 이가 없었다. 아마도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길고양이에서 집고양이가 되는 순간, 나는 캣맘에서 집사로 신분이 바뀌었다. 

나의 집에 상주하는 냥딸이 되는 순간, 그 누구의 혐오도 나는 막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내가 너의 방패가 되어주리. 엄마 아빠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던 나는 어느새, 집에 고양이를 두고 여행은커녕 영화도 못 보러 가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라떼는 집에서 살게 되었다. 

침대를 좋아하는 라떼
"나비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거라" 


아빠의 어릴 적 집에서는 닭을 키웠다. 엄마네는 소를 키웠다. 지금은 둘 다 사라졌다. 닭은 뱃속으로, 장터로, 소도 다른 집에 팔려갔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신탕'을 권했지만, 엄마도 나도 먹지 못했다. 아빠는 모르고 먹으면 잘 먹을 것이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하고 고양이가 싫다던 아빠는 우리 집에서 잘 때 우리 집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듣고 꼭 "아기가 우는 소리 같다"라고 했다. 라떼 울음소리가 애가 우는 것 같다던 아빠는 코로나로 설날에 집에 못 가서 영통을 할 때 고양이에게도 덕담을 해주었다. 


나비가 아니고 '라떼' 라고 말을 해줘도 아빠는 늘 우리 집 고양이에게 "나비야"라고 불렀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고양이에게 덕담을 해주는 그 장면이 나는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시어머니도 엄마 아빠처럼 아마 우리 집 고양이를 직접 보면, 정이 들지 않을까 싶다. 아직 시어머니랑 우리 집 고양이는 만나보지 못했다. 

사람처럼 뒤로 누워 자는 라떼
사람들은 애를 낳으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냥딸 라떼 하나만으로도 어마 무시한데, 사람들은 애를 낳으면 더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사실 애가 없어서 더 어마무시 한지도 모른다. 매일 같이 치워야 하는 집과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청소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의 상태를 살피는 일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쓰이는 일인지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애는 낳아놓으면 지가 알아서 큰다. 


라는 말처럼, 처음에는 그냥 막무가내로 고양이는 알아서 화장실을 간다. 라는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으며, 무심하게 집사 생활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나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더 넓은 우주가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 집 냥딸 라떼를 만난 이후로 나는 달을 정복한 기분으로 매일을 차고 지는 기쁨과 힘듬의 시간을 쌓아갔다. 우주에는 달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라떼와 함께한 이후부터 나는 '어린 왕자'가 된 기분이다 


애가 태어나고 나면 길에서 지나가는 아기들만 보인다고 하더니, 

냥딸이 생기고부터는 길에서 지나가는 고양이들만 보인다.

 

이 무시무시한 우주여행은 오직 너 하나로부터 시작해서
네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 푸른빛으로 사라지겠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우주여행인지 잘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냥딸의 집사 생활은 그 못지않은 엄청난 우주비행이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누군가는 고양이가 있어서 고양이를 애처럼 키워서 혹은 고양이 털 때문에 아기가 안 생긴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고양이와 함께 살아 봤기 때문에, 고양이를 남편과 잘 키워왔기 때문에 아이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두 팔 벌려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다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키우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우리 집 첫째 딸 냥딸도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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