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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Dec 02. 2021

슬기로운 냥 화장실 생활을 위해 알아야 할 것

애는 없고요, 냥딸은 있어요(3)

"집사 천식 때문에 모래 바꾸려는데 이 모래 괜찮나요?"


"이거는 잘 뭉쳐지질 않아요. 근데 그것도 굳기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다른 거 보라랑 섞어서 써보세요. 7:3 비율 정도로요" 


"**은 아무래도 구석에 떡짐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저도 기관지 안 좋고 알레르기도 있어서 다른 거 써보는데 테스트 중이라 7 비율로 쓰고 숯도 조금씩 섞어서 냄새 잡고 있어요" 


모래를 두고, 집사들이 나누는 대화들이다. 넷상에서는 흔히 말하는 품평회나 먼지가 적으면서도 응집력이 좋은 모래를 찾아 헤매는 집사들의 대화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고양이 화장실 모래를 두고 이렇게 진정성 있게 토론을 할 일인가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래는 고양이에게뿐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집사들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벤토 vs 크리스탈 vs 두부 모래


고양이들은 모두 같은 모래에 화장실을 쓰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벤토 (일반 모래)를 쓰는 고양이도 있지만, 크리스탈이라고 해서 크리스탈 모양의 모래를 쓰는 고양이도 있고, 두부 모래라고 해서 펠릿형의 수수깡처럼 뭉쳐진 모래를 쓰기도 한다. 고양이의 성향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래를 준비해두고 제일 좋아하고 자주 가는 모래로 화장실 모래를 정하면 된다. 


우리 집 라떼는 무던하게 모든 모래를 다 잘 썼다. 화장실이 2개면 2개 인대로, 3개면 3개인 대로 다 썼다. 그중에서도 제일 기본이 되는 벤토를 좋아해서 벤토 모래로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3개였던 화장실을 2개로 줄였다. 


흔히 안 쓰는 고양이 용품들은 카페에서 싸게 되팔고는 했다. 나도 두부 모래 화장실을 싸게 카페에서 받아서 사용해보고 우리 집 라떼가 잘 사용하지 않아서 카페에 다시 내놔서 다른 집으로 갔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 집이 사막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사막화'? 그게 무슨 소리지? 하는 혼란이 올 수 있다. 

아이 엄마들끼리의 육아 용어들도 많지만, 펫 육아 용어들도 진짜 많다. '사막화'라는 것은 고양이 화장실의 모래가 화장실 밖으로 튀어나와 여기저기 모래가 많아 사막 같아진다는 말을 뜻한다. 


발에만 모래가 밟히면 다행인데, 어쩔 때는 침대에도 모래가 있기 일수이니, 집전체가 사막화가 되는 것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고양이 대백과' 라던지, '고양이를 부탁해' 티비 프로그램도 열심히 보고 고양이 관련 카페들도 여러 번 들락날락 한 덕에 고양이 용어들은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브런치 카페에서 아줌마들이 모여서 육아 정보를 나눈다면, 지금은 넷상 여기저기서 냥 육아 정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자동 화장실을 놓을 수가 없어서 


고양이들에게는 흔히 마리수 +1 개 정도의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한 마리의 고양이가 집에 있다고 치면, 화장실은 최소 2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소변과 대변을 나눠서 보는 똑똑한 고양이도 있고, 모래의 상태에 따라 마음에 드는 화장실을 더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사실 맞벌이인 우리 집에서는 자동 화장실이 필수라고 생각했으나, 어마 무시한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먼저 자동 화장실을 들인 친구네의 강력추천 후기를 듣긴 했지만, 60만 원대의 혹은 그 이상의 덩치 큰 화장실은 놓은 곳도, 살 엄두도 안 났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던 차에 나는 텀블벅이라는 펀딩 사이트에서 '서클' 모양의 고양이 자동 화장실 펀딩을 보게 되었다. 남편은 가전제품은 초기 모델을 사는 것이 아니라면서 망설였지만, 나는 반값정도의 30만원대의 자동화장실이라는 점에 망설임 없이 펀딩을 하였다. 


사실상, 처음 펀딩이 배송되기 시작한 건 펀딩 투자를 마친 후 3달이 지난 후였다. 자동 화장실은 벤토로 하였지만, 사실상 벤토가 아닌 다른 모래를 쓰는 고양이들에게는 조금 쓰기 어려운 구조였다. 


남편이 예상한 대로 초기 모델들은 잔고장이 많았다. 이슈를 아무리 잡아도 실사용자에게서 나오는 이슈를 다 잡아낼 수는 없었다. 펀딩에 들어가는 사업체들은 대기업들이 아니고 스타트업이 많아서 밀려드는 AS 처리나 반품이 어려웠다. 이슈로 인해서 점점 출고 날짜는 미뤄졌다. 


그렇게 몇 달이 더 흘러서 다행히도 우리 집에 온 화장실은 1차 주문이 아닌 2차 주문으로 후순위여서 인지 초반의 이슈를 해결한 화장실이었다. 아직까지는 큰 이변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그 뒤로 줄줄이 네모 모양의 자동 화장실에서부터 다양한 자동 화장실이 등장했다. 다른 자동 화장실이 또 탐났지만, 남편의 제지로 우리 집에는 자동 화장실 1개와 일반 화장실 1개가 운영 중에 있다. 


자동 화장실의 가장 큰 메리트는 알아서 똥을 치워서 똥통에 모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화장실보다 덜 급하게 치워줘도 되는 게으름이 허용된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고양이는 원래 사막에서 살던 동물이라 


자동 화장실을 쓴다고 해서 사막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 화장실 앞에도 매트를 깔아서 사막화가 되는 것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고양이는 원래 사막에서 살던 동물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남유럽 인도에서 살던 고양이들이 지금의 집고양이들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원래 사막에서 살던 동물이라, 집이 사막화가 되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화장실에 달아놓으면, 고양이가 화장실을 몇 번이나 오는지 얼마나 머물렀는지 체크해서 어플로 알려주는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는데, 고양이가 방광염이 잘 걸리는 동물인지라. 화장실을 간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화장실을 잘 케어해주면 묘생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문구에 살까? 하고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너의 삶의 질이 올라간다면야, 또다시 고민하는 집사.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나의 어떤 부분을 내어주고 어떤 면들은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태생부터, 본성부터, 습관까지 다 알아야 한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도 그런 것이다.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데,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거기에 비염이 심해서 먼지가 조금만 나도 재채기를 하지만, 고양이 똥을 치운다. 


그리고 고양이는 생각보다 털을 많이 내뿜는다. '털 뿜는 똥싸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털이 엄청 날린다. 귀여운 이면에는 함께 살기 위한 집사들의 고군분투가 있다. 단순히 귀엽다는 마음으로 함께 살기에는 감당해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다 보니, 어떻게 아픈지 알아서 아픈 곳을 핥아주고 걱정해주는 작고 예쁜 마음이 와닿기 때문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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