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La Nov 29. 2021

연하남과 결혼한 죄와 벌

결혼할 때 알아야 할 것 (2)

남자는 '애' 아니면, '개' 라는 말이 있다. 


연하남과 결혼했다고 하자, 친구들의 첫마디는 "능력자네~"였다. 그때만 해도 수줍어하면서 "아니야"를 외치며 손을 내 저으며 내심 좋아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연하남과 결혼한 죄와 어떤 벌이 기다리고 있을지. 


남편과 나는 2살 차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남편이 나보다 2살이 어리다.  나의 남편은 '개'는 아니지만, 가끔 '애' 가 된다. "우리집 큰아들은 남편이야" 라는 말을 나는 애가 없지만 공감한다. 남자는 철들기시작하면 죽을때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가끔 남편이 말을 안들을 때는 "씁! 누나한테! 누나 말 들어!"를 외친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남편은 콧방귀를 뀐다. 


나의 친구 중에는 1살 연하와 결혼한 친구도 있다. 실질적인 나이는 1살 차이지만, 정신연령차이는 한 5살쯤 나는 것 같다. (혹은 그 이상 일지도) 


남자는 여자보다 정신연령이 어리다. 동갑이라도 3살쯤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보살펴줘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게 싫고 보살핌을 당하고 싶은(?) 친구들은 한참의 연상과 결혼하기도 했다. 그 친구는 남편을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거의 10살쯤 차이나는 오빠였다. 


나는 오빠를 만나기 싫어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연하와 결혼을 할 것을 예상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연하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연상남과 결혼했다고 해서 손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10살, 20살 연상과 결혼해도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1부터 10까지 모두 내가 챙겨야 한다. 오빠와 결혼했다고 해서 '오빠' 그들이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늘 '어른'처럼 군다는 말도 아니다. 아이처럼 떼를 쓰기도 하고, 사고를 치기도 하고, 대리 효도를 바라기도 한다. 


이것은 '나이'와는 별개로 마음의 나이(정신연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와 상관관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1살 연하남과 결혼해 '징징이'가 되어버린 남편을 버거워하는 그녀에게 해준 말이 있다. 


"어차피 연하 남편인데 동생이라 생각하고 받아줘~
반대로 나이 많은 오빠가 그런다고 생각해봐 더 속 터져"



어차피 어린아이처럼 굴 사람은 아이처럼 군다. 뒤에 숨는 사람은 숨고, 회피형 인간들은 도망간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럴바에야, 어차피 연하남이니 동생이다 생각하고 돌봐주라는 것이 나의 말이었다. 나 또한 그러했다. 물론, 나의 남편은 맏아들이라 자율성이 매우 특출 났다. 


연하남과 결혼한 죄는 그런 것이다. 

누나인 내가 연하남과 결혼한 죄로 받아줘야 하는 의무라는 벌이 생긴 것이다. 


결혼이 어차피 서로를 돌봐주고 보살펴 주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면. 

그런 면에서 연하남과 결혼한 죄와 벌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함정은 그런 받아줌 속에서도 '자존심'을 챙기려 한다는 점이다.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하는 벌 


세상 모든 '징징이'에게도 자존심은 있다. 내가 비록 와이프에게 기댈지언정, 나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 하는 종족이다. 아무리 하찮은 '징징이'일지라도 자존심은 챙긴다. 


연하남과 결혼한 이들에게는 동생 같은 남편을 달래주면서도 하늘 같은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하는 형벌이 주어진다. 이 부분이 굉장히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부분이다. 아들처럼, 동생처럼 우쭈쭈를 하며 달래주면서도 어느 순간 남자의 자존심을 부리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처음에는 헤맬 때가 많았다. 


나는 '존경할 부분이 있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남편의 존경할만한 부분을 나는 찾았기 때문에 남편과 결혼했다. 

나는 나와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있다. 특히 내가 잘 못하거나 잘 모르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남편은 스스로의 힘으로 학원을 다니지 않고 대학을 갔다. 나는 결혼할 때 남편을 높게 산 점이다. 남편에게는 인내와 끈기, 독립심이 있었다. 그리고 공부도 재능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재능과 운이 있었다. 불평불만과 원망과 책망으로 끝이 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점을 높게 샀다. 


항상 좋았던 점이 싫었던 점이 되는 머피의 법칙


그 머피의 법칙은 항상 통한다. 독립심이 강하고 주체성이 뛰어난 남편의 모습을 높게 샀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자주 부딪혔다. 우리는 둘 다 맏이였고, 둘 다 주체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둘 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었다. 


공부를 오래 한 사람들의 아집은 보통의 고집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정엄마는 늘, 남편이 연하남이기 때문에 더욱 나에게 말투에 신경을 쓰고,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잔소리했다. 연상일 때보다 잔소리나 지시적인 말투가 상처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힘의 경쟁에서 지고 않던 내가 점점 그 경쟁의 끈을 놓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결혼하고 눈물이 늘어났다. 속이 터져서 우는 것이었다.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남편은 고집쟁이인 나를 이기는 똥고집 쟁이로 거듭났다. 


그렇다. 

연하남과 결혼한다는 것은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보필해야 하는 것이다. 더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벌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였다. 

결혼이 무덤이라면, 연하남과 결혼한 죄와 벌은 꼭 '연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연하니까 그려려니 받아주고, 남편이니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 누가 더 어른스럽고, 더 애 같다는 건 없다. 같이 성장해가면 된다. 다만, 둘 사이에도 성장 속도는 개개인마다 다를 뿐. 


결혼은 결국 서로를 성장시키기고 지켜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게, 연하남이 되었을 뿐. 

작가의 이전글 대학을 다닐 때 꼭 해봐야 하는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