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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Dec 08. 2021

청각장애인 택시 '고요한 택시'를 타다

 불편이 더 편해질 때

나는 대행사에서 일을 할 때 클라이언트사의 실무담당자가 청각장애를 가진 공무원분이었다. sky 대학을 나오고 공부도 잘해 높은 성적으로 입사를 했지만,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에 불편함이 많아서 까칠하기로 소문이 난 주무관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함께 일하면서 나는 더 편함을 느꼈다. 내가 편하게 대하자 사람들에게 방어벽을 세우던 분도 편하게 대해주셨다.


아무래도 나는 전화보다 '카톡'이 편한 사람이어서 일지도 모르고.

내가 편견이 덜 해서 일지도 모르고,

글로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이 편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대행사와 마찰이 없자, 클라이언트사에서 참 좋아하셨다. 그 뒤에도 몇 번이나 일을 맡겨주시면서


"에디터 님 보고 맡기는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더 편견이 남들보다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작년 2020년에 처음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행하는 택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들리던 버스 안 TV광고였나, 대표의 인터뷰 기사였나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각장애인 기사 분들이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는 '고요한 m'이라는 어플은 깐 후에 카카오 택시를 부르듯이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해서 택시를 부르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택시를 탔을 때 불필요한 대화들을 많이 들어서 불편했던 경우가 많았다. 택시를 잘 타지도 않았지만, 혼자 택시를 탄 경우에 아저씨가


"아가씨가 예쁜 원피스 입어서 내가 태워준 줄 알아"


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듣고 싶지 않은 정치 이야기나 현시대의 불만을 토로하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듣거나 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나에게 복숭아 향이 난다면서 어디 샴푸를 쓰냐고 물어보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은 다 아저씨 기사분들이었을까)


요즘에는 코로나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플 때나 급할 때만 택시를 타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은 더 큰 불편함이 아닐 수가 없었다.


요즈음에는 많은 택시 문화가 바뀌고 있고, 그전처럼 불필요한 대화를 차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에 이런 소리를 듣는 횟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결혼하기 전 혼자 살 때에는 택시를 타고 전화통화를 할 때에도 괜히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택시 안에서는 통화를 할 때 모든 말을 자유롭게 하기는 어려웠다. 택시도 집 앞이 아니라 동네 큰길에서 내려서 걸어서 들어가고는 했다.


불편이 더 편해질 때


반려동물과 함께 병원을 가야 할 때 차가 없으면 참 불편한 때가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은 알레르기이고 나머지 부가적인 것은 차를 타기 싫어하는 동물들의 울음을 버티는 일이다. 특히나 나는 울음을 못 견디는 편이다. 내가 울음을 못 견디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더 듣기 고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택시를 타면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더욱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서로가 너무 고역이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특히나 케리어 안에서 울어대는 걸 저지할 수 없는 고양이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날이면, 괜히 운전을 하면서 신경질을 내거나 욕을 하는 기사 분의 눈치를 보느라 잔뜩 움츠려들며 땀이 뻘뻘 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불편함이 더 편할 때를 선택한다. 청각장애인 기사분들이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를 타는 것이다. 콜택시로 부를 수 있는 고요한 택시를 알게 된 후 나는 혼자 고양이와 병원에 가야 하는 일정이 생기면 '고요한 택시'를 불렀다.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다.

그래서 오히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기사님의 상황이 나는 마음이 더 편했다.


우리 집 고양이의 목청 터져라 질러대는 울음소리는 나는 익숙하고 참을 수 있지만, 타인의 경우에는 참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끼친다 생각하면 나는 안절부절못한다.


누군가의 불편을 오히려 편함으로 느끼는 나는 이상한 걸까?



청각장애인 기사분이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가 다른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패드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요 앞에서 내릴게요' '세워주세요' '천천히 가주세요'와 같은 메시지들은 자동완성 문장으로 저장되어있어서 쓰기에도 보내기에도 좋았다.


나는 멀미가 잘나서 '천천히 가주세요'라고 입력하자, 기사님이 알겠다면서 백미러로 나를 보면서 끄덕여주셨다.


나는 고요한 택시에서 편하게 전화통화도 하고, 우리 집 고양이의 울음소리에도 마음을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면, 택시의 가족들이 써준 편지들이 함께 있는데, 애정이 담긴 글씨들이 참 눈이 갔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기사분이 있는 택시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도 함께 소개된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 똑같이 생각하지는 않는구나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편한 것?


내가 선택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용하는 운행 수단이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것들도 있다. 일단 일반 택시를 탈 때처럼 대로변에서 잡아 타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소리가 안들 리시다 보니, 차를 두드리거나 하지 않는 이상 타로 내림에 있어서 예약이 아닌 경우는 힘들다.


거기에 도로에서 빵빵거리는 차들을 보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 면에서 안전함에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물론, 강남의 복잡한 구간을 지나가는 경로를 이용하였지만, 한 번도 불안감을 느낀 적은 없다. 물론, 일반택시처럼 빨리 가야 하는 경우, 끼어들기 및 칼치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고요한택시는 '느린택시' 이다. 안전운전이 최우선 된다.


급한일이 있어서 타는 택시는 아니다. 마음이 급하거나 성격이 급하신 분들이 타기에는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개개인의 선택이고, 청각장애가 운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여 불안하면 타지 않으면 된다.

그저, 나는 나에게 맞는 상황에 따라 맞는 성향에 따라 교통수단을 선택할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꼭 이용해하고 꼭 옳다고 할 수 없다.


타인의 불안감을 재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간단한 수화를 알려주는 영상이 나오는 중
사람들은 자신이 처해보지 않으면 어려움을 잘 모른다


나도 이 말이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내 주변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많아서였을까? 아니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장애인들이 많이 안보이니까 많이 없다? 그것은 아니다. 그만큼, 장애인들이 밖으로 외출하기가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내가 다리가 부러져보기 전에는 계단이 왜 이렇게 많은지.

세금을 낭비하는 것 같았던 보도블록 공사가 왜 필요한지.

횡단보도 초록불이 얼마나 시간이 짧은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다리가 부러져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하고 다니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편견 없이 이용할 뿐이다. 

나의 편견 없음이 누군가의 또 다른 기회가 되고 도전이 된다면, 기꺼이 나는 또 이용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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