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멘탈이 회사에서 살아남는법
어느 날 남편이 아주 조심스럽게 나에게 건넨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응 나 유리멘탈이야. 왜? "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흠칫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나는 이 대화가 불편하지 않았다. 유리멘탈이 어때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착하다'라는 말이 안 좋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회사에서는 착해서 좋을 것이 별로 없다. 안 좋게 인식된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내가 못되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요즘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시대이다. 나는 TV에 나오는 소위 말하는 '인간 비타민'의 사람들을 좋아했다.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 내는 황광희, 열심히 사는 장영란 등등 내가 좋아라 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국 사회 정서상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감추고 절제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90년대생이 몰려오고 2000년 대생들이 사회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더 솔직해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리는 투명하게 비치고 맑고 아름답다.
다만, 깨지기 쉬워서 다루기가 힘들 뿐이다.
유리 멘털이어서 바사삭- 하고 자주 깨진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안 좋을 것도 없다. 그냥 다루기 힘들 뿐이다.
나는 종종 멘탈이 부서진다. 앞서 말한 유리멘탈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 혹은 한계점에 부딪쳤을 때 나는 멘탈이 부서지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혹은 세상이 끝난 것처럼 땅굴을 파서 들어간다. 일명, 앓아눕는다.
생각해보면 20대 때 내가 나만 보면서 살아오며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준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이 나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편의 좋아하는 스타일로 나를 바꾸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나의 스타일이나 어떤 점을 지적받았다고 생각되면 계속 되뇌게 된다.
유리 멘털이어서 포기가 빠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포기가 빨라서 더 좋을 때도 있지만, 삶을 부스팅 하기에는 힘이 달린다. 악바리와 독기가 가득한 사람들과 경쟁하기에는 내 멘탈이 약하디 약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남들을 이겨보겠다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자체가 조금 무던하고 무디다고 해야 맞는 말 같다. 그렇게 20대까지 편하게 살았는데, 30대가 되어서 회사에서 강력한! 권위주의와 맞닿들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들은 한마디를 곱씹고 곱씹고 눈치를 보면서 불면증에 시달렸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되었고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서 일에도 영향을 끼쳤다.
'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내 앞에서는 웃어놓고 뒤에서 나를 씹을 수가 있지?'
나름대로 내가 유리멘탈이라 잘 부서지는 멘탈이지만, 새로운 유리로 갈아 끼우면서 터득한 나만의 법칙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기.
두 번째는 '회사 사람' 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기.
회사는 친목을 다지러 오는 게 아니다. 간혹 친목을 다지러 오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해서 빠지거나 하는 사람의 꼴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무조건 적인 인싸와 무조건적인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다르다. 인싸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것이지 아싸 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간혹 회사라는 곳에서 권력을 이용해서 찍어 누르는 사람들도 있다. 권력형에는 '돌아이'가 답이다. 하지만 평범했던 사람이 돌아이가 되기는 쉽지 않다. 뻔뻔해지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돌아이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먼저 TV에 등장하는 돌아이들을 롤모델로 연습을 해보자. 예를 들면, 강호동이 탈세 의혹을 치른 후에 자숙 후 다시 방송에 복귀했던 일이 있었다. 그 후 강호동의 포지션은 많이 바뀌었다. 방송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만나면 강호동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건 곰을 만났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고 한다. 파이팅이 넘치는 강호동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나PD의 '신서유기'에서 포지션은 '은지원'이라는 일명 '미친놈'을 만났을 때 빛이 났다.
일명 미친놈은 권력이나 힘에 굴하지 않고 눈을 번뜩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강호동의 포지션은 공격을 받으면서 당황하는 콘셉트가 잘 먹혔다. 이후 '아는 형님'에서도 그 포지션은 반복되었다. '민경훈'이라는 돌아이의 공격을 받으면서 황당해하는 캐릭터로 잡혔다. 이후 강호동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라며 나오는 게스트들도 에피소드를 꺼내 들었다.
이것은 강호동이라는 MC가 가진 권력과 힘에 대항마가 생겼을 때 그것을 자연스럽게 치받는 후배들이나 동생들을 받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우리가 미친놈 혹은 돌아이로 포지션을 잡았을 때 상대편이 받아줘야 가능하다는 점이 함정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미친놈이라고 눈을 번뜩이면, 나를 덜 건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것에는 많은 위험요소가 있다. 일명 '관심병사'가 되어 많은 부분에서 배제되어지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를 건드려서 나에게 상처를 준다면 차라리 '돌아이''폭탄'이 되어서 건들지 못하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남에게 미움을 받을 용기도 필요하다고 하지 않은가. '마이웨이' 할 필요성이 있다. 마이웨이도 사실 나의 편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다. 꼭 회사 안에서 찾지 말자. 친구도 괜찮고, 밖에서 만난 지인도 괜찮다. 혹은 상담사 선생님도 괜찮다. 강호동의 롤도 사실 강호동에게 맞춰주는 이수근의 롤이 있기 때문에 은지원이나 송민호 혹은 민경훈같이 대항하는 캐릭터들이 있어도 괜찮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을 못 찾거나, 돌아이가 되기 힘들거나 할 때는
퇴사라는 답도 있다.
차라리 직장 내 괴롭힘이면 퇴사라는 답이 있다.
이게 삶이 되어버리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
유리멘탈이면 뭐 어때서!
바사삭- 부서지면 새 유리로 갈아 끼우면 되지!!
새 유리가 얼마나 예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