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김살 없이 크면 쭈구리가 안되나요?
우리는 10대때는 특별함을 추구하고 20대때는 보통이 되기위해 노력하고 30대때는 평범함을 가지기 위해 아둥바둥댄다.
나는 10대때 내가 특별한줄 알았다. 모두의 10대가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특별함을 찾아나선다. 그렇게 '쟤와 나의 다른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음해도 20살이 되는 순간, 대학생이라는 보통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직장이라는 보통선에 맞춰지기 위해 노력한다. 양극화되는 10대와 20대를 거쳐 30대에도 철없는 행동을 하면 우리는 철없는 어른을 반기지 않는다.
30살이 되는순간부터 우리는 어른스러움에 익숙해져야한다. 20살부터도 성인으로서의 나이를 맞이하지만 어쩐지 철없음과 무모한 도전은 20대까지가 가능하다.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다른 노선을 타는 것. 그것은 20대때에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가 30대가 되면서 무모한 일이 된다.
10대때와 20대때 쭈구리의 삶을 살지 않았더라도 30대 직장인으로서 혹은 사회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삶을 지속하면서 우리는 구겨지기 시작한다. 직장상사로부터 구겨지고, 내사람이라고 믿었으나 돌아서는 순간에 구겨지고, 사랑에 구겨지고, 집주인에게 구겨지고, 한정없이 구겨진다.
사랑은 얼마나 변하기 쉬우며, 사람은 더 변하기 쉽고, 세상은 나에게만 시련을 내려준다.
돌아보면 지나온 나이가 제일 살기 좋을 때다.
고만고만하게 10대 20대 때 연락하며 이어져오던 친구들도 30대때부터 급격하게 연락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기혼과 미혼 그리고 출산과 비출산 그리고 전세와 자가 의 길목에서 우리는 숱하게 많은 갈림길에 놓이게 되고 생활이 변하면서 공통사가 줄어들면서 빈도가 줄어든다. 아이를 키우느라 녹초가 된 친구를 붙잡고 회사 욕을 할 수 없듯이, 출근해야해서 새벽에 잠을 자야하는 친구에게 애가 잠든 새벽에 전화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서로에 대한 배려는 서로에 대한 거리로 자리잡늗다.
나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티'가 난다는 말을 곧잘 20대에 듣곤했다. 물론 남자들의 작업멘트다. 나는 그게 무슨뜻인지를 잘 몰랐다. 그냥 너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말을 위한 인터넷에 나오는 작업멘트라고만 느껴졌다.
하지만, 나의 구겨짐은 30대때 찾아왔다.
누군가는 10대때 학교에서 친구들때문에 구겨지기도 하고 20대때 사랑때문에 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30대가 되어서야 직장에서 구겨지기시작했다. 화목하게 부모님이 키워놔도 결국에는 구겨진다. 그 구겨짐은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사장님에게 따박따박 맞는 말을 해대던 나는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면서 구겨졌다. 그들은 이세상의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나이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이가 깡패인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지역사회에서 그들이 구기는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만두는게 무섭지 않아서 따박따박 맞는 말을 해온것은 아니나, 구겨지려면 한정없이 구겨질 수 있다. 간호사들의 '태움' 은 그저 간호사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군대 문화는 기성세대에 뿌리 깊게 내려진 문화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안구겨지는건 아니었다. 오래된 종이는 더 잘 구겨지는법. 나이들어 구겨진 종이는 쭈굴쭈굴했다.
30대가 되고 나면 나와 다른 의견에 20대때처럼 쌍심지를 켜고 싸우려 들지 않았고
20대때의 사랑처럼 나를 놔버리면서 아파하지 않았다
싫고 좋고가 분명했던 나의 마음을 감추고 굳이 싫은 내색도 잘 하지 않았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제서야 나는 35살이 구겨지기 딱 좋은 나이라는 걸 알았다.
집값의 무서움을 알아버렸고, 집주인의 파워는 법도 못막아낸다는 것과 조물주 위의 건물주.
내가 집에서 살려고 땡겨놓은 대출을 갚으려면 직장에서 구겨져야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직급을 상승시키는 나이이자,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와 자리 잡기 시작하는 나이.
어영부영 20대를 보내다가 맞이한 30살도 아니고
기성세대로 입성하는 40대도 아닌
35살에서부터 우리는 노선을 잘 타야한다.
부동산 정책으로 황급하게 주변 친구들은 영끌을 해서 집을 사기 시작했고
나는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애도 없고, 근육도 없다. 돈은 제일 없다.
쭈구리였다.
그것도 그냥 쭈구리가 아니라 구겨진 쭈구리
쭈구리로 가는 길목, 35살에서 36살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길목에서부터 우리는 급격하게 격차가 벌어질 것같은.
낭떨어지로 가는 곡선 앞에 서있는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