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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Nov 10. 2024

아이의 고열이 내려가지 않을 때

아이는 열이 나니 고양이처럼 소파 틈으로 작은 몸을 숨겼다. 몇 시간째 물도 마시지 않은 채 잠 속으로 파고들었다.  3일째 고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39도 40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열은 아이를 쳐지게 했다.

"쳐진다'는 말을 모르고 살다가 소파 위에 물 젖은 종이인형처럼 늘어지는 아이를 보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수많은 결정을 해줘야 하는 일의 연속이다.

나와 남편 아이와의 팀전에서 오롯이 버저비트를 넣어야 하는 마지막 사람은 나인 것이다. 나의 이 결정이 우리 팀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내가 놓친 것이 없나 압박감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밤열보초를 서는 나와 남편은 목이 터져갔고 남편은 후두염에 목소리를 잃었고 나는 기관지염에  마스크를 선고받고 우리는 넉다운되었다. 하지만 쓰러질 수 없었다. 아이의 열은 부모의 사정과 상관없이 난다.


멀리 지방에 계신 엄마에게 sos를 했다

엄마에게 다른 쌍둥이를 맡기고 나는 시들어가는 아이를 안고 병원들을 뛰어다녔다. 택시들을 타고 하루에 병원을 2번씩 갔다. 대학병원을 예약하고 다시 동네병원로 갔다. 다시 와서 혈액검사를 하라는 말에 잘 찾아지던 바지도 찾지 못해 허리가 흘러내리는 남편바지를 집히는 대로 입고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타러 갔다. 흘러내리는 바지를 따라 아이가 품에서 자꾸 흘러내렸다. 애가 타는 마음에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렸다. 여과 없이 드러난 허리춤으로 몸에 한기가 스며들었다. 이번 주 최저기온을 기록한 입동이었다. 겨울의 입구에서 불어닥치는 겨울을 제대로 맞고 있었다.


3일째 피검사를 했다. 나이 든 간호사와 젊은 간호사가 지아의 온몸을 누르고 나는 지아의 손을 잡고 팔을 누르고 수액라인을 잡았으나 바늘을 아무리 찔러도 혈관이 잡히지 않았다.


"애기 팔이 너무 얇아요"

바늘로 팔을 찌르던 간호사가 말했다.


이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찔렀다. 미숙아 1.7킬로로 태어나 예방접종도 불가능했던 지아가 10킬로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이 들었다. 다행히 아이는 식탐이 있었고 잘 먹었다. 하지만 나를 닮아 입이 짧았고 뱃골이 작아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잘 붙진 않았다. 그렇게 아이의 저체중은 나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쫓아다니며 먹이지 않은 나의 게으름이 아이를 마르게 했을까 마치 "너는 엄마로서 실격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를 콕콕하고 찔렀다. 아이들은 특히나 몸무게빵이라는 게 있다. 운동에서처럼 체급빨인것이다. 몸무게나 나가고 덩치가 클수록 어릴 때는 유리한 면이 있다. 특히나 아플 때엔 더 그런 면이 작용하는 것 같다.


나의 멀리 나간 정신이 채 돌아오기도 전에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나는 본능적으로 더욱 팔을 세게 잡았다. 순간 너무 세게 잡아 팔이 부러지지 않을까 손에 힘이 풀려갈 때쯤 7번째 찌른 바늘이 실패했다. 갑자기 간호사는 작업하던 손을 놓고 한숨을 쉬었다.


아무에게도 눈을 맞추지 않고 "선생님에게 못하겠다고 말해야겠어"라고 다 들리는 혼잣말을 하고 주사실을 나갔다.


간호사들이 주사실을 빠져나간 자리를 따라 내 눈에서 슬픔과 분노를 넘어선 저주가 그녀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그 저주 어린 시선이 주사실 문턱을 넘어서려는 그때


남편은 능숙하게 내 "눈까리 상태"를 나에게 읊어주며 나를 달랬다. 남편의 위로는 달랜다는 것보다는 현실직시에 가까운데 T의 위로법은 F인 나에게 간호사 편을 드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라는 현실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일일이 화낼 수 없다.


아이를 낳기 전 나는 부모님들이 참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으나 출산 후 나는 이런 순간마다 무력해지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감정 또한 대물림 되는 것인가 싶다.


그렇게 나의 자아성찰과 아이를 달래는 동시다발 전쟁이 머릿속에서 구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안 무거워진 공기를 가르고 다른 간호사가 들어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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