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패키지를 싫어하는 타입으로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자유여행을 좋아했다. 덕분에 자유여행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결혼을 하던 2016년에는 유로 2016이 벌어지던 중이었다. 우리는 한 번의 시행착오로 웨딩페어에서 계약하면서 받은 선물을 다 다시 갖다 주면서 계약을 취소하고 남편이 호텔과 항공권을 같이 판매하는 상품을 구입했다.
나와는 다르게 최대한 싼 가격에 구매를 하는 것에 목표를 둔 남편은 쿠*에 올려놓은 여행사의 상품을 구입하였는데, 전달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점들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너네 예약 취소했는데? 며칠 전에?
그 단점은 우리가 결혼식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해서 생겼다.
프랑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는데, 우리의 예약이 취소가 되었다는 것을 호텔 매니저에게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빈방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그 기간 동안에는 월드컵이 진행 중이라 빈방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일회용 유심을 구입했던 지라 전화도 안 터지자 가방을 풀어 헤치고 예약한 여행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나와 남편은 패닉이 왔다. 거기에 프랑스 날씨를 체크하지 못했던 나는 그저 신혼여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발리'나 동남 휴양지에 가는 차림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옷을 입고 왔고, 프랑스에서 내리자마자 예고에 없던 비를 맞았던 격이었다. 나는 담요를 둘르고 쫄딱 비를 맞은 채 벌벌 떨면서 호텔로 들어선 참이었다.
한국에 있는 여행사로 전화를 걸었다. 프랑스에서는 낮이었지만, 한국시각으로는 밤 12시였다.
나는 손톱네일을 했는데 내 손톱이 보이게 찍을껄 ㅋㅋㅋ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쿠*이 지금처럼 고객센터가 많았을 때가 아니었다. 여행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리는 당장 묵을 곳이 없었다. 호텔 매니저는 예약했다가 취소된 종이까지 뽑아주면서, 굳이 전화가 와서 취소되었다고 해서 자신도 의아했다는 말을 했다.
당황하니 문법은 엉키고 짧은 영어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 짐을 뒤졌다. 남편은 핸드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예약 메일을 보여줬지만, 이미 취소된 후라고 했다.
쿠*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아도 이 호텔이라고 쓰여있었다. 사진도 있었다. 그 화면을 보여줬지만, 매니저는 예약이 되었다가 취소되었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던 나는 종이로 뽑아가는 것이 버릇이 되어있었다. 이 버릇이 나를 살릴 줄이야!
요즘 같은 시대에 종이를 낭비한다며 남편에게 한소리를 듣고는 했는데, 그날은 그 버릇이 우리를 살렸다.
미리 뽑았던 예약 종이를 못 찾아 결혼식 전날 다시 호텔 예약 확인증이 온 메일을 인쇄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결혼식 전날 짐을 다시 싸야지 하면서 여행책을 빼놓고 왔던지라, 불안이 엄습했다.
찾았다!
짐을 뒤져서 종이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종이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호텔 매니저에게 보여주었다. 다른 호텔의 예약이었다. 매니저는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호텔에 전화를 해서 예약이 된 게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일단 이 호텔에는 방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택시를 탈 줄은
택시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었지만,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다른 호텔이 있다는 말에 안도를 하면서 풀어헤친 케리어를 챙겼다. 반가움도 잠시 호텔을 열심히 빠져나간 뒤 5분이 되지 않아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내가 호텔 로비에 놓고 온 핸드폰을 다른 관광객이 주어다 주었다. 유럽에서는 있던 핸드폰도 소매치기를 당한다던데. 눈물이 시큼 올라왔다. 일본 중년 여성분이셨다.
행복한 신혼여행 되라면서 핸드폰을 전해주셨다.
우리는 그렇게 택시를 타고 다음 호텔로 도착했다.
다행히도 예약은 되어있었고, 좁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유럽의 엘리베이터는 좁아서 한 명도 다 타기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짐을 엘리베이터로 올리고 남편은 계단으로 걸어 올라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예약을 걸었던 호텔이 유로2016으로 인해 예약이 튕겼고 여행사에서는 부랴부랴 다른 호텔을 예약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호텔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메일로만 보내고 전화나 문자로 연락을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니면, 결혼식날 전화를 했는데 못 받은 걸까?)
예약을 6개월 전에는 완료가 되었던 걸로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여행 준비는 남편이 담당했었는데, 1년 전부터 비행기표를 구해보라고 쏘아대던 나의 잔소리에 치여 남편은 제일 싼 사이트에서 아침 비행기 인지도 모르고 덜컥 결제를 했다. (그때 남편도 신입으로 입사를 한 지 1년도 되지 않을 때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결혼식도 집도 셀프로 다 구해야 해서 엄청 정신이 없었고 살도 쪽쪽 빠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좁은 방에 올라갔지만, 창문을 열자 맞았던 유럽 풍경을 보자마자 우리는 창문에 매달려서 어느 영화에서처럼 둘이 마주 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저 에펠탑 근처 호텔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에펠탑 야경. 유로2016 기간이라 중간에 축구공이 걸려있었다
그렇게,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자유여행 가면 싸운다던데, 우리는 그 일로 싸우지는 않았다.
다른 사소한 일이 복병이 될 줄은. 우리의 싸움은 격정의 프랑스를 지나, 프라하에서 발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