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라고 하자
평소 친구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신랑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언제나 그랬듯 흔쾌히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저학년 초딩 남매를 독박으로 키우고 있지만 혼자서 육아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먼저 든 생각은 바로 해방감이었다.
"야호! 드디어 남편이 집에 없다!!!"
이게 뭐라고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린 것 마냥 오랜만에 자유를 느낀다.
아직 주말이 오기도 전인데 아이들과 무엇을 하고 놀지 찾아보기 바빠졌다. 신랑이 차를 가지고 가야 했기 때문에 아이 둘을 데리고 움직여줄 차량도 없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할지라도 어디든 아이들과 즐겁게 다녀올 수 있을 거 같았다.
남편의 부재가 반가운 건, 나만 드는 감정일까?
신랑이 없는 주말 내내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우리들 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신경 쓸 틈이 없었기도 했고, 간간이 울리는 전화벨이 그저 귀찮기만 했다. 굳이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상할까 봐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얼마 뒤 사소한 일로 서로 기분이 상해 말하지 않은 날이 있었다.
화가 나고 답답할 법도 한데 그것도 잠시 이번에도 역시 왠지 모를 해방감과 자유를 느꼈다.
간섭받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들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사과할 마음이나 걱정되는 마음보다 오롯이 나와 아이들만 생각하면 되는 이 환경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나에게 있어 결혼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하디 흔한 드라마 속 사랑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부부라는 존재가 주는 유대가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나 혼자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20대 끝물,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와 함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절절하거나 뜨거운 사랑도, 미치도록 설레는 사랑도 그 어느 하나 해당하는 것은 없었지만 책임과 의무라는 단어만으로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나는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이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10년을 최선을 다하며 꽤 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가운데 부족한 것이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그 부족한 것이 단순히 사랑이었을까?
사실 혼자 살았어도 즐겁게 잘 살았을 나라는 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만 보면 다시 돌아가도 후회 없을 선택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몰랐다면?
여전히 물음표만 이어지는 질문들이다.
나는 내 안에서 끝없이 묻고 또 물으며 내가 나를 설득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가치를 끊임없이 부여하고 있다.
물론 결혼이란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고,
모든 부부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라고..
우리에겐 어떤 사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의 부재와 싸움으로 인해 잠시 맛본 각자도생의 삶은 꽤 짜릿한 해방감과 자유를 줬다는 건 어쩌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