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에 관하여-2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나이 29세에 그는 작은 재즈 카페를 운영했었다.
어느 날 야구 경기 관람 도중 그는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문득했었고, 작가가 되겠다는 대단한 포부가 있었다기보다는 집필 하나를 끝내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썼던 글이 빛을 바라지 못했다 할지라도 운영하던 가게에서 먹고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
가끔 드라마 작가들 중에는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직장을 다니며 혹은 사업을 운영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기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 중 약국을 운영하며 글을 쓴 한 작가는 본인이 안정된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글을 쓰지 못했을 거라는 인터뷰를 한 걸 본 적이 있다.
만약 나도 안정적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었거나, 먹고사는데 고민이 없었다면 부담 없이 글쓰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적어도 책 한 권은 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다거나,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말로 내뱉지 못한 수많은 생각들을 글 위에 내려놓는 행위가 성격상 참 잘 맞는구나 라는 걸 쓰고 보니 알게 되었다.
재밌는 건 20대에 나는 '작가처럼 생겼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평범하다', '못생겼다'라고 말하기 애매할 때 '착하게 생겼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작가처럼 생겼다'라는 말이 흔하게 통용되는 말이 아닌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 좋게 들리지 않았다. 마치 나의 평범한 외모를 평가하는 것 같고, 외향적인 나를 내향적인 사람으로 여기는 거 같아 괜한 적대감으로 '나는 작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라는 마음을 항상 품고 다녔다.
그런데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른 날, 어쩌면 나는 작가가 정말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가 36세의 나이다.
지금까지 나는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 외향적인 척 하지만 내향적이고, 글을 못 쓴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나은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나중에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볼 때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 것도 굉장히 스스로 작가스러운 면모를 보이는 발언이었다.
예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만의 책을 출간하고 싶어 했지만 요즘은 정말로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기가 쉬워진 시대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걸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거 같아 써야지라는 다짐을 수십 번을 했지만 쓰고 싶은 글들은 허공에서 맴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와중에 글쓰기가 업이 아닌 사람들이 하나 둘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럼에도 매번 '글쓰기'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자꾸만 뒷전으로 밀렸다.
중요하진 않지만 당장 해야 할 일들과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우선순위에 배치하다 보니 점점 글과는 멀어져 이제는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쓰고 있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살은 빼고 싶은데 운동하지 않는 다이어터와 다를게 무엇인가.
열심히 운동을 해야 근육이 붙고, 꾸준히 유지해야 근손실을 막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운동처럼 여기고 써야 하는 것임을 3년이 흘러서야 다시 글 앞에 서서 '글쓰기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아직도 뭐해서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도 글쓰기보다 중요한 일들이 너무 많이 있다. 먹고, 자는 생존에 관한 일은 아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처럼 글쓰기가 내 삶과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그래도 먹고사는 게 괜찮았다면 글쓰기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