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수영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새벽수영 일기 5
운동량 최대치
수영을 초급-중급-상급으로 나눴을 때 보면 초급에서는 발차기와 호흡법, 그리고 자유형의 기본을 배운다. 중급에서는 이제 배영, 평영, 접영을 순서로 배우게 되고, 영법을 모두 배우고 나서는 그때부터 자세 교정과 함께 일종의 '뺑뺑이'가 시작된다. 중급, 상급반에서는 주로 '자유형 00바퀴 돌고 오세요.' '배영으로 갔다가 평형으로 00바퀴 돌고 오세요.' 이런 식으로 강습 시간 내 수영을 하며 쓰는 운동량이 강사의 지침에 의해 조금씩 다르게 결정된다.
확실히 상급반 레인의 운동량은 어마무시하다. 10바퀴를 쉬지 않고 돌려도 아무렇지 않게 돌고 오는 걸 보면 나는 아직도 한 참 멀었구나 싶다.
중급반에서도 뺑뺑이를 돌리지만 이제 막 초급딱지를 땐 중급반과 꽤 오래 중급반에 머물며 상급반을 바라보는 레인에는 운동량을 다르게 둔다.
"이 정도면 할 수 있습니다!"
정도로 딱 맞게 횟수를 정해주는데 내가 있는 중급반은 3개의 중급반 중에서도 두 번째 레벨로 보통 쉬지 않고 돌 수 있는 횟수가 3~4바퀴가 가장 많은 횟수이다. 처음에는 한 바퀴도 힘들었지만 한 바퀴가 두 바퀴가 되고, 두 바퀴가 세 바퀴가 되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3~4 바퀴면 정말 딱 적당히 힘들게 다녀올만한 횟수가 되었다.
여기 수영장에서는 6개월에 한 번씩 로테이션으로 강사님들이 돌아가며 수업을 맡게 되어 있다. 초급딱지를 땐 중급반에서 한 단계 레벨 업한 중급반 레인으로 월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새로운 강사님이 배정되었는데 지금껏 만나온 강사님들과 다르게 굉장히 말수가 적은 분이셨다. 그리고 말 수가 적은 강사님은 말이 없는 공백을 운동량으로 채워주었다.
"자유형 6바퀴 돌고 오세요."
6이라는 숫자는 처음이었다. 나는 '못하겠구나'라고 일찍 감치 생각을 하며 4바퀴째에 멈추고 내 뒤의 회원분을 앞으로 보내려고 했더니 이내 내 등을 떠밀었다. 얼떨결에 한 바퀴를 더 돌고, 그리고 또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 이번에는 "배영으로 갔다가 자유형으로 6바퀴 다녀오세요."라며 평소와 다른 지침으로 다들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시키면 곧 잘 따라하는 한국인들이다.
'아니, 왜 다들 곧 잘 따라 가느냐고!!!'
일정 속도, 일정 시간 이상 러닝머신을 타다 보면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는 구간이 생긴다. 수영을 하면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구간보다 단지 '숨찬다', '더 이상 못 가겠다'라는 구간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6바퀴를 돌고, 곧이어 6바퀴를 또 도는데 분명 땀이 나기 시작했다.
순간 이건 뭐지? 너무 더운데 시원하고
땀이 나는 거 같은데 안나는 거 같은 이상한 상태를 경험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날의 수영강습이 끝나고 나서야
'물속에서도.. 땀이 날 수 있구나...'라며 인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영을 오래 한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번씩 해봤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신기하면서도 왜 수영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물속에서 땀이 날 정도로 해야 그제야 제대로 수영이라는 운동을 한 거지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수영은 그냥 물장구였구나 싶었다.
강사님이 바뀌기 전까지 물속에서 제대로 땀 흘리며 수영을 하고 온 날은 '오늘 운동 좀 했다!'라며 꽤 야릇한 기분과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
한 번씩 아주 빡시게 운동하고 싶은 날이면 지금도 가끔 말 대신 운동량으로 채워준 그 강사님이 생각나곤 한다.
힘은 들었지만 상급반이 되기 전에는 절대 느껴 볼 수 없었을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직까지 수영실력도, 체력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수영한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한 번씩 물어보곤 한다. 땀 흘리며 수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속에서 땀 흘려 본 적 없다면 아직 제대로 수영해 본 게 아니라고 말이다.
인스타그램 | @su0break
글 | 라라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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