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의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
드디어 3일째 온 집안 대청소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목욕탕을 다녀온 거 마냥 개운한 기분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정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또 어떤 일에 몰입하다 보면 주변을 정리하지 못해서 몰입하는 동안 쌓인 짐들은 몰입이 끝나고 나서야 제자리를 찾아가곤 한다.
이번에도 몇 날 며칠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작업하는 공간을 둘러싼 주변이 점점 더 어질러져만 가고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이 많은 걸 어떻게 치워야 하나 조금은 막막하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대청소에 돌입했다.
신랑은 본가에서 자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에 하나가 주기마다 엄마가 가구위치를 바꾸는데 그때마다 가구를 옮기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어머님이 아들에게 부탁한 일은 아니었지만 무거운 가구를 혼자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밟혀 기꺼이 도와주는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내에게서 엄마와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될 줄 몰랐다며 매우 놀라워했다.
그런 신랑에게 주기마다 가구 위치를 바꿔줘야 기분전환도 되고, 삶의 원동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신랑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전형적인 대문자 T 남자다.)
가구를 옮길 때 처음 마음처럼 딱 맞게 들어맞으면 좋으련만 이쪽에도 한 번 놓아보고, 저쪽에도 한 번 놓아보기도 하며 어디에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마 그래서 신랑이 가구를 옮기는 일이 무거운 것을 떠나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굳이... 왜?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리저리 옮기며 가구 위치를 바꾸고 나면 지루했던 공간에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그 변화가 마음에 드느냐에 따라 내 기분의 게이지 양이 달라지게 된다.
사실 엄마의 주기적 가구 옮기기는 쉼표와 같다.
쉼표가 꼭 쉬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전환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는데 그럴 때 주는 쉼표이다.
또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진정한 쉼을 위한 사전 청소는 필수며 청소하면서 가구의 위치 정도는 바꿔줘야 그나마 '제대로 정리를 했구나' 싶을 때가 있는 거다.
그러니 아들딸들들아 제발 '엄마 왜 또 바꾸는거야?'라며 날새우지 말고, 엄마의 쉼표를 지켜주길 바란다.
새 공간에서 엄마의 들뜬 목소리와 함께 평화로운 집안이 유지 될 것이라 장담한다.
나 역시 평온한 가정의 유지를 위해 같은 물건이지만 위치도 조금씩 바꿔주며 대청소를 마무리 하였다.
엄마들이 대단한 건 그냥 그렇게 개운한 마음만으로 또 힘을 내서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