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사람이 한참이나 부족해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라는 자격증 시험을 반드시 치뤄야 하는거 같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기래 나 처럼 이렇게 안일한 엄마가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이게 무슨말이가 하면
바로 내가 우리 아들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범인은 나다. 지난 달 아들 여덟번째 생일에 남은 스파게티가 아까워 소분해서 얼려두었었다.
저녁 대용으로 나 혼자만 꺼내서 먹다가 오늘 저녁 메뉴를 따로 준비해 두지 않기도 했고, 새로 만들기도 귀찮아 마침 해동해둔 스파게티로 저녁을 때우면 딱이겠다 싶어 아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그런데 그게 사단이 날 줄이야...
저녁식사 후 1시간 반쯤 흘렀을 무렵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했다.
대변을 보지 못해 배가 아픈거라 여기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괜찮아졌다고 해서 역시나 하며 넘어갔다.
아들은 자신이 아이스크림을 최근에 많이 먹어서 배가 아팠던거 같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저녁에 먹은 스파게티 때문이라는 걸..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도로 끝날 줄 알았다.
힘이 빠져있던 아들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눕자 '오늘 이게 무슨 행운이냐'고만 생각했다.
그러고 30분 쯤 흘렀을 무렵 잠든 아들 방에서 '우웍, 우웍'하는 소리가 들렸다.
'추운가? 기침인가?' 하며 들여다 보지 않고 집안일을 마저 하고 있었는데 동생과 자고 싶었던 딸이 아들방에 들어가자마자 코를 막으며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아, 토를 했구나' 싶어 달려가 불을 켰더니 침대가 온통 난리 나있었다.
잠든 와중에 토를 했는데 얼굴과 몸에 고약한 냄새가 났다.
얼른 아들을 깨워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씻겨 주었다.
비몽사몽한 아들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이런적이 없었는데... 자는 동안 토를 해도 모를 정도라면 그냥 아픈정도가 아니었다.
심지어 설사까지 한 걸 보니 이건 분명 식중독 증상이었다.
오물로 뒤범벅이 된 이불과 옷을 빨면서 아들을 아프게 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음식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면 안되는 거였는데, 나는 엄마로서 갖춰야할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거였다. 내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엄마라는 사람이 자식에게 독사과를 준 셈이니 나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는거나 마찬가지 였다.
아들은 1시간마다 한 번씩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 아래로 쏟아내었다.
그런 아들의 힘겨움을 보며 뒷처리를 해줄 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신랑에게는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내가 준 스파게티 때문이라고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엄마자격이 없다고 질책할거만 같아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아들의 밤을 지켰다.
(눈 뜨면 수액맞으러 가야겠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