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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선 Jul 18. 2021

가깝고도 먼 인천, 1박 2일

-인천 여행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동생들과 인천에 볼 일을 보러 간 김에 하룻밤 자고 오기로 했다.

(지하철만 가능한 인천은 서울에서 가깝고도 먼 도시다.)

며칠 전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우리가 가는 날이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4단계로 격상된 첫날이었다.

오전에 볼 일을 본 후 점심을 먹고,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거리가 썰렁,

경찰차도 가끔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사람들도 거의 쌍쌍이다.

시간을 보니 7시, 6시부터 식당도 거리에서도 2명으로 인원이 제한되는데 우리는 3명, 나란히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식당에서 입장을 거절당한 후,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되기로 입을 맞췄다.

“나 아는 척하지 마” 내 말에, 동생 왈 “알았어 누가 물으면 ‘저 언니 모르는 사람인데요’할께”

"웬 영구 버전? 언니가 왜 거기서 나와?"  

덕분에 여행지 저녁식사의 로망인 맥주는 커녕,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했다. 웃픈 시절 해프닝, ‘이런 일도 있었단다’라는 옛날이야기 같은.

     


인천은 십, 오륙 년 전 야수회(한국 야외 수채 화가회)에서 일 년에 두어 번씩 사생을 갔던 곳이다.

영종도, 송도 신시가지도 아직 생기기 전이었던 그 당시, 인천은 비스듬한 경사로 중간중간 뻗어있는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로 좁고 누추한 골목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식사 때면 음식 냄새가 담을 넘는, 어린 시절 고향 동네같이 푸근한 곳이었다.

작고 나지막한 집들, 요즘의 아파트 경비실처럼 골목 입구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 가게 앞 평상에 삼삼오오 앉아있던 사람들, 이제 사람들도 평상도 보이지 않고, 주변은 리모델링과 벽화로 명절빔을 입은 듯 화사한 건물과 빌라들이 들어서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 예전의 모습을 찾으려고 기억을 더듬듯 찬찬히 골목을 돌며 집들을 기웃거렸다.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화수부두, 북성포구, 중구청 근처의 적산가옥들, 만석동, 배다리 마을..

예전에 없었던 카페거리가 생기고, 마을에는 조그만 공원과 체육시설, 쉼터들이 만들어지고, 보도블록도 새것으로 교체된 된 것을 보니 보존의 방향을 택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완전히 허물지 않고 고쳐가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드물고 귀한일인지.

여행 중 만나는 옛 흔적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다.

     


그 시절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을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친구의 안부처럼 갑자기 인천이 궁금했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신수가 훤해진 인천을 보니, 엎어진 김에 쉬어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인천을 기억의 서랍 속에 개켜 놓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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