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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선 Apr 19. 2022

루프탑은 원래 옥상이었다.

- 옥상은 어반 스케치의 치외법권 지대.

  

서촌 루프탑 카페, 루프탑이라기보다 어쩐지.. 옥상이 더 잘 어울린다.

사실 이 카페는 요즘 대세인 주택개조 카페, 루프탑은 원래 이층 집의 옥상이었다.

예전에 빨래를 널고, 고기를 구워 먹고, 스티로플 박스에 야채를 길러 먹던 옥상은 이제 주인의 몸값 상승(?)

에 걸맞게 루프탑으로 개명되었다.



3층은 내가 좋아하는 높이다. 그 높이에서 떨어지는 적당한 시선의 각도, 운이 좋으면, 겹쳐지는 지붕 사이로 얼핏설핏 보이는 안마당 살림살이들이 그림의 디테일이 되어 주기도 한다.

게다가 옥상은 간섭에서 자유로운 치외법권 지대. 이런 연유로 서촌 옥상 화가가 탄생했을까?

실제로 이 카페의 옥상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김미경 작가를 만났다. 펜화를 하는 자신과는 달리 색연필로 그리는 내 그림이 신기한 듯 바라보던 그녀.

      

매체에 오르내리는 유명 루프탑 카페는 대부분 뻥 뚫린 전망을 자랑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 전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 광대함이 오히려 막막하기만 한,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이런 특이한 취향은 많은 부분 어반 스케치에 빚지고 있다.

멀리 보이는 마천루와 그 아래 작은 점처럼 뿌려져 있는 건물들, 또는 가까이에서 무너질 듯 가파른 각도로 서있는 건물들은 이미 내 시선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

너무 많이 보이는 것은 내게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습관처럼 핸드폰 카메라로 당겨보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은 꿈과

현실만큼이나 다른 느낌이다.

     

두 가지의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적당,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에는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다가왔다.

경계에 걸쳐 있는 것, 중심에서 비켜나 있는 것, 그래서 비겁해 보이는 것,

살다 보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적당’이다. 적당 속에는 우리가 그토록 힘들어하는 절제의 이미지가 숨어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에게도 필요하다.

그림의 주체와 객체에게 적당한 높이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면 내겐 3층 옥상이 딱이다.

유레카~ 이제부터는 커피 한잔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야겠다.

근데  옥상이 어디? 옥상을 찾아 고고!

여행의 또 다른 핑곗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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