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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선 Jun 20. 2022

'6월은 여행 가는 달'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6월 여행 가는 달’. 도와줄 테니 자꾸 어디론가 떠나라 한다. 안 그래도 어디 갈 곳 없을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 중, 성의도 가상하고 핑곗거리도 생겼겠다 등 떠밀 때 못 이기는 척 일단 숙소부터 예약.

이미 여름은 시작되었고 여름 여행지는 단연 강원도, 물망에 오른 여러 도시중 간택된 도시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자차 3시간 정도의 영월 평창이다.

이미 몇 차례 다녀온 곳이지만, 여행은 계절과 동행, 그날의 컨디션 등 여러 요인으로 ‘같은 곳 다른 느낌’, 재방문이란 없다. 내 경우 여행은 어반 스케치를 하기 전과 그 후로 나누어진다. 그림을 그리기 전, 눈으로만 즐기던 여행지는 그림을 그리면서 오감이 동원되며 새로운 곳이 된다. 또한 풍경의 재해석은 한번 그렸던 곳도 낯선 곳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산해진미처럼 펼쳐져 있는 6월의 신록을 찾아가는 여행, 어반 스케치는 꼭꼭 씹어 먹는 여행이다.

     


‘숙소 뷰는 진리다’라고 외치고 다녔건만 할인 프로모션에 눈이 멀어 ‘설마’하며 갔던 숙소.

방문 열기 무섭게 커튼부터 제켰는데 눈앞에 펼쳐진 넓은 주차장 뷰. (숲 속이니 숲이 있을 줄 알았는데 주차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을 줄이야) 어차피 늦은 밤, 일단 자고 내일을 도모하기로 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복도 탐색 중 다른 방향의 통창 발견, 그 아래 펼쳐진 밭 뷰. ‘꿩 대신 닭’이라더니 이정도면 ‘닭 대신 꿩’이다. 복도도 당근 숙소의 일부, 카펫 위에 철퍼덕 퍼질러 앉았다. "숙소 뷰는 ‘역시’ 진리다" 를 외치며.

 





 

  



하늘을 찌를 듯한 적송들, 그 오묘한 색감과 수려한 풍광이 조금 슬프게 다가왔던 청령포.

부귀영화 앞에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만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

역사, 개인사를 불문하고 ‘정도’의 문제는 어느 수학 문제보다 난해하다.

감내할 수 있는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어느 정도, 너그럽게 들리지만 마지노선 같은 ‘정도껏‘.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일진대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들로 역사는 비감의 기록을 남긴다.

     




강릉에는 바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산도 있었다는 사실.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다 보니 어느 도시를 가도 산이 있고 명산이 있는 도시를 찾기도 하면서 왜 강릉에는 바다만 있다고 생각했는지. (아마도 ktx를 이용하기 때문인 듯하다. 차 없이 산을 갈 수는 없으니까)

매봉산이라는 이름 대신 안반데기로 불리는 이 산은 전체가 고랭지 채소밭, 산이 곧 밭이고 밭이 곧 산이다. 가파른 경사로 기계농이 안된다는 말에 한숨처럼 새어 나오는 시조 한가락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하나니’.(이미 예쁘게 갈려져 싹이 나오고 있었지만.)

밭과 숲은 자리를 바꿔 앉은 듯, 산의 주인인 숲이 밭 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특이하다.

차에서 내리면 우선 달려드는 바람, 여기서 모든 언어는 바람으로 통한다.

하늘과 맞닿은 채소밭 위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온 산을 휘감는 곡선의 밭고랑, 모노톤이 주는 편안함, 압도적인 이 풍경은 노동의 신성함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별생각 없이 갔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던 곳. 그나저나 다음엔 별을 보러 가야겠다

차박의 성지라는데.. 차박 대신 숙소의 새 패러다임 민박으로.

깜깜한 밤, 밭고랑 위로 쏟아지는 별들. 그 풍경과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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