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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선 May 08. 2022

숙소 뷰는 '진리'다.

스케쳐들에게 ‘숙소 뷰 그리기’는 요즘 말로 '국률'이다.

내 집(잠깐 이지만)에서 편안하게, 매일 보던 풍경이 아닌 새로운 풍경을 그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일 뿐 아니라 여행의 기록으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아침저녁으로 머무는 곳이니까 한 두장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첫 번째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일 일(여행도 일!)하고 왔으니 집에 오면 먹고, 씻고. 일단 쉬고 싶어 지는것은 인지상정.

또 다른 이유는 분위기, 여럿이 간 여행에서 혼자 딴짓거리(?)를 한다는 것은 매너가 아닌것 같기도하고,  다음번 여행에서 아웃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눈치작전을 펴야한다.

그래도 안되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한 수다.

장비로 무거운 가방을 끌고 다니는 말못할 안따까움은 내몫, 이런일에도 이골이 나서 그냥 웨이트(운동)하는 셈친다. 한번은 무겁게 들고다닌게 억울해서 돌아오는날, 집 앞 카페에서 한 장 그리고 들어 온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몸도 마음도, 다 괜찮은데 안, 밖, 아무리 둘러봐도 그림각이 안 나올 때.

우리 집이나, 여기나, 싶을 땐, 아쉽지만(핑계도 생겼겠다.) 편히 쉰다. 

이런 저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0순위는 열의 부족, 그림에 덜 미쳤거나 그 시기가 지났거나, 어쨌거나 여행은 출장이 아니라 휴가라는 사실. ‘스케치 여행’ 말고 ‘여행 스케치’로 슬슬 턴 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여행 준비 중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숙소, 먼저 뷰를 본 다음 이블의 유,무까지 꼼꼼히

챙긴다. 땅바닥에 엎드려서 그릴 수는 없는 일,  테이블을 놓을 공간이 없으면 궁여지책 침대나 창틀을 책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오염 조심은 기본.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던,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보다 실제의 뷰가 훨씬 멋있었던 여수의 호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바다 위의 멋지고 늠름한 다리였다.

그 아래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과 하늘과 산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커다란 창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리라 작정한 듯 보였다.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다리의 조명이 흑경 같은 밤바다에 일렁이는, 환상적인 야경에 쉬이 잠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신의 한 수가 되어준 숙소 뷰로  눈 품, 손 품(클릭) 판 노고가 한순간에 스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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