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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선 Jun 30. 2022

물의 정원.. 선유도.

     

자연 그대로는 아니고 뭔가 한 것 같은데 그 뭔가를 딱히 알 수 없는. 포토존, 편의점이 없는. 서울 한복판에 이런 이색적이고 이국적이기까지 한 공원이 있었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건물과 그 벽을 휘감아 오르는 담쟁이덩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수질정화원과 (기다란 사각 연못같은) 거기에 자생하는 다양한 수생식물들, 이끼 낀 벽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들, 자작나무 대나무 미루나무 키 큰 나무들 아래 산책길, 섬을 삥 둘러 감싸고 있는 한강. 테크를 따라가다 보면 공원은 평면이 아니라 지하에서 옥상까지, 최소 3개 층이 테크 경사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지하에서 우러러보던 키 큰 미루나무를 옥상에서 다시 만나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 있네’ 노래를 흥얼거리면 마치 내가 조각구름이 된 듯, 눈 앞의 잎새가 신기하다.

사랑스러운 이 풍경의 근간은 더 이상 쓰지 않는 낡은 것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것에 빙점이 찍혀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탄생 과정,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옛 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또한 얼마나 많은 관리를 필요로 하는지, 실제로 곳곳에 방문객만큼이나 많은 관리인들이 작업 중이었다.



20여 년 동안 정수장이었던 선유도는 이제 그 사명을 다하고 친환경생태공원으로 거듭나면서 예전의 빼어난 풍광을 되찾고 있다. 옛날과 오늘이 겹쳐지는 선유도는 지금이 호시절.

     

내가 애용하는 틈새시장. 지금은 장마 틈새. 텅 빈 공원, 시원한 바람맞으며 산책에 그림까지.

놓치기 아까운 이 소소행복은 장마 틈새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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