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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정맥증후군 혈관조영술1

2024년 하반기-2025년 6월까지-2

by 영원

2024.10.10

지난주 찍은 ct결과를 들었다. 선생님은 날 보자마자 '부기가 있네요.' 하셨다. 사실 부종은 오늘 제일 약한 건데.


상대정맥증후군(종양이 상대정맥을 눌러 머리에서 내려오는 피가 심장으로 잘 들어오지 못하는 것) 때문에 일반적인 암 환자가 항암 부작용으로 다리나 발 부종이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얼굴과 쇄골 쪽 부종이 심했던 거였다. 일반적으로 상대정맥증후군은 응급상황에 속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또 운이 좋았다. 벌써 얼굴 부종 증상이 두 달이나 지속되었는데도 아직 살아있으니까 운이 참으로 좋은 환자인 셈이다.


바로 입원을 했다. 채혈과 혈압 체크, 주사 바늘 꽂는 것 모두를 발로만 해야 해서 힘들었다. 팔 채혈에 비해 발 채혈은 훨씬 아프다. 채혈할 수 있는 혈관도 많지 않고 피도 잘 나오지 않고 주사 바늘을 꽂고 나면 이동도 쉽지 않았다. 매일 혈전용해 주사를 배에 맞았다. (퇴원 후에는 수치가 정상범위에 들 때까지 자렐토라는 약을 먹는다)


2024.10.16.

입원 4일 만에 혈관조영술과 스텐트 삽입술을 했다. 엄마도 아부지도 스텐트를 삽입했다. 아버지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엄마는 만성 협심증으로 나는 상대정맥증후군으로.


혈관조영술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허벅지에 부분마취를 한다 했는데 마취를 했지만 뾰족한 바늘이 몸속을 기어 다니며 몸속을 찔러대는 바람에 아팠다. 한참을 혈관을 찾다가 결국은 실패했다. 시술을 하는 의사는 설명도 없이 갑자기 얼굴을 옆으로 돌리라더니 가리개를 씌어주었다. 또 설명도 없이 갑자기 목 쪽을 다시 마취하고 찔러 스텐트를 삽입했다.


왜 목 쪽을 다시 찌르는 건지, 아니 목에 찌른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 무섭고 긴장됐다. 온몸에 피가 쏠렸고 식은땀이 흘러 온몸을 적셨다. 하지만 목을 뚫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말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극도의 통증이 느껴졌는데 뒤늦게 내 얼굴을 보고 땀을 닦아주고 진통제를 투여해 주었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시술이 생각보다 길어져 힘들었다.


병실로 올라오는 중 갑자기 몰려오는 구역감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절대로 머리를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다행히 24시간 넘게 금식을 했기 때문에 헛구역질로 끝났다. 별 것도 아닌 시술 후 오래 잤다. 그러고 보면 난 늘 큰 수술 끝에 구토를 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채를 해도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던 건지….


종격동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퇴원 후 10회 정도 방사선을 하기로 했다. 혈관조영술을 받았지만 기침은 여전했다. 기침은 상대정맥증후군 때문이 아닌가 보았다. 기침하다가 호흡곤란이 올 정도였다. 사람 많은 곳, 먼지 많은 곳에 가면 증상은 더 심해졌다. 기침이 파도처럼 몰려올 때면 나는 평생 무균실에서 살아야 하나, 절망스러웠다. 어린 시절 흙 퍼먹으며 자란 내가 어쩌다 온실 속 화초가 된 건지….


겨드랑이 조직검사, 겨드랑이 부위는 초음파로 확인한 후 진행했다. 크기가 다소 작고 깊은 곳에 있어서 못할 수도 있다 했는데 다행히 검사를 잘 마쳤다. 제발 T790m 변이가 나와 타그리소나 렉라자를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매번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를 또 했다.


얼른 건강해지고 싶다. 건강해져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다. 그저 소소한 것들, 이제 공부방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하는 건 못하겠지만 수정, 퇴고를 하지 못해 초고만 써두었던 글도 다시 보고 싶다.

꾸준히 수필도 쓰고 책도 읽고 …. 언젠가 알레르기가 사라지면 다시 요리도 하고 싶다.





상대정맥증후군 때 내 증상: 기침, 흉통, 가슴혈관 확장, 얼굴~쇄골 부종, 식욕상실, 머리 숙이면 피가 몰리는 느낌, 똑바로 누우면 기침, 체중 감소(48킬로)


상대정맥 증후군( SVCS )은 순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짧고 넓은 혈관인 상대 정맥("SVC")의 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종격 내의 악성 종양, 가장 흔하게는 폐암 및 비호지킨 림프종 이 SVC 벽을 직접 압박하거나 침습하여 발생한다. 상대정맥 증후군은 응급상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치료를 전제로 한 진단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원인이 악성 종양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직학적 진단이 필수적이지만, 조직을 얻기 위한 시도가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 검사 없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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