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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트삽입술 재시술

2025년 1~3월의 기록

by 영원

2025.1.


매일 자다 아침에 깨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설 연휴 끝에 입원을 했다. 시술 동의서에 사인을 받으러 온 의사에게 전신마취를 해 주면 안 되냐고 말해 보았지만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았다. (언슬전에서는 다들 넘치게 친절하던데) 지난번처럼 실패하지 말고 한방에 허벅지로 성공하길 바랄 밖에 없었다.


'스무 살 시절에는 슬픔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행복만으로도 살기 힘들다.'는 글을 읽었다. 스무 살 시절, 슬픔으로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지만 그 슬픔을 딛고 살아냈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슬픔이었고 아픔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힘으로 스물을 서른을 지나왔다. 이제는 또 다른 슬픔과 아픔으로 생을 지나가겠지. 산다, 살아간다.


수술은 힘들었다. 지난번엔 30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엔 1시간 30분, 또 허벅지에서 실패를 하고 목을 뚫었다. 사지 끝으로 피가 쏠리고 저리더니 식은땀이 주룩주룩, 오심, 구토. 시술 중이라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백발의 교수는 더디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살아있는데. 시술 후 실신한 듯 잤다. 나는 잤으니 깨어났지만 같은 병을 앓던 지인은 또 떠났다는 소식, 결국 봄꽃을 끝내 보지 못하고 떠나셨다고. 잔인한 봄의 입구에서.


2025.2.

봄이 성큼성큼 오고 있다. 곧 매화도 목련도 나도 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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