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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입구에서 두근두근

2025년 3월

by 영원

2025.3.10.

매화가 피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봄과는 상관없이 숨이 가빴다. 지난 화요일,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데 걷는 동안 숨쉬기가 힘들었다.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강제조퇴 당했다. 힘들어 보이니 컨디션 회복되면 하자고 했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찼다. 말을 빨리, 크게 하기 힘든 정도,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정도로 미미하지만 불편했다. 맥박을 재보니 정상 수치를 조금 벗어난 정도였다. 응급실엔 가지 말자, 조금 더 있어보자.


봄여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니 아프면 안 된다. 지난주에는 머리 mri를 찍었고 이번 주에는 신경외과 진료, 다음 주엔 흉부 CT를 찍을 거고 진료는 그다음 주, 입원도 지겹다.


넷플릭스를 켰더니 ‘의사요한‘이 떴다. 재미있길래 봤는데 지성이 맡은 요한은 CIPA환자이다. 무통각증 환자로 언제 죽을지 몰라 미래를 꿈꿀 수 없어 오늘만 충실히 살아왔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면서 흔들린다. 요한은 너를 만나면서 내일을 꿈꾸게 되었다며, 오지도 않은 내일을 꿈꾸고 걱정하면서 오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며 화를 냈다.


병에 걸렸을 때 나는 오늘을 살았다. 먼 미래를 꿈꿀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루하루 살아가면 그뿐이었다. 그래선지 암 진단을 받고서는 오히려 덤덤했다. 혼자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오늘 하루만 살아내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가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면서 울었다. 실은 나 내일을 꿈꾸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뛰어노는 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꿈, 5년이나 10년쯤은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를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내일을 걱정하게 되면서 나는 급격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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