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5월
2025.4.
펫시티 결과 작년 10월에 비해 모든 것이 좋아졌다. 펫시티를 너무 자주 찍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긴 했지만 교수님 처방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결과가 좋다니, 좋았다.
2025.5.14.
약을 바꾼 지 한 달, 기침과 숨 가쁨, 심계항진(두근거림)이 다시 나타났다. 걷기도 힘들고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두근댔다. 좌폐라 심장이 자극을 받는 모양이었다. 3년 정도는 버텨줄 줄 알았는데..
2025.5.18.
숨이 가빠 방에서 화장실까지도 갈 수가 없었다. 호흡곤란으로 결국 응급실로 향했다. 두 걸음도 걷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응급실 도우미분이 휠체어에 태워주셔서 겨우 접수대에 도착, 12시 30분, 8번째 순서, 전공의 없어서 3~4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심전도 검사 결과가 괜찮다는 이유로 무한 대기에 들어갔다. 정신이 없어서 대기실 의자에 누워 잠만 잤다. 모포를 두 개를 덮어도 추워서 덜덜 떨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80대와 60대 모자의 대화를 들었다.
-아부지는?
-아부지는 엄마 77살에 가셨잖아. 엄마는 지금 팔십 몇 살이고.
-우리가 살던 집은?
-집은 처분했지, 엄마는 지금 요양원에서 지내니까.
할머니는 또랑또랑하게 말씀을 잘하셨다. 치매로 기억을 잃은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의 대화, 처음엔 두 분이 부부인 줄 알았는데 대화를 통해 모자지간이라는 걸 알았다. 원래 응급실에서는 금식인데 할머니와 아들은 빵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주로 아들이 어머니를 꾸짖었다. 대기가 길어지니 집으로 가자는 할머니와 진료를 받고 가자는 아들, 구박을 하면서도 어머니를 챙기는 아들이 마음이 따뜻했다. 따뜻함 속에서 나는 또 잤다.
오늘은 한산한 편이라더니 저녁 7시에야 진료실에 들어갔다. 발 몇 군데를 찔러 나오지도 않는 피를 쥐어 짜냈다. 피를 뽑는 건 봤지만 세 명의 간호사가 돌아가며 바늘을 찔러대고, 마지막 성공한 간호사가 발목 쪽을 쥐어짜서 피를 뽑는 장면은 (내 몸인데도) 신기했다. CT 찍고 소변검사와 엑스레이 찍고 구역질이 심해 구토방지 주사까지 맞고 소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시간을 또 대기했다.
결과는 좌폐에 1.5~2리터가량의 흉수가 차서 숨쉬기가 힘들었던 거라고, 이미 진료실에서 내가 했던 말 그대로였다. 흉수 때문에 힘들다.
10시경 흉수천자, 체리즙 같은 까만 흉수 1리터를 뺐다. 기흉이 생기지 않았는지 엑스레이로 확인한 후 밤 12시 넘어서야 귀가했다. 그래도 숨 가쁨이 사라져서 살만했다. 몸무게 41kg. 허깨비 같이 하루를 또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