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
2025.6.3.
6월 3일 흉수를 빼러 또 응급실로 출동했다. 응급실과 입원을 통해서만 흉수천자를 한다고 했다. 지난주 외래를 잡았었는데 그때까진 괜찮아서 일단 두고 보기로 했던 게 지난주 금요일부터 서서히 숨이 가빠지더니 월요일엔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혈전약을 먹은 날은 흉수천자가 어렵다 했다. 지난번 흉수 색이 체리색이었던 게 혈전약 복용 때문이었다고….
아무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도착한 응급실, 다행히 이번엔 내 발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맥박이 빨라 심전도를 하고 대기했다. 흉통이 있는 환자는 무조건 우선이지만 심전도가 괜찮으면 후순위로 밀린다. 이번엔 7번이다.
앉아서는 숨쉬기가 힘들어 의자에 누웠다. 코로나 환자가 많아 그런지 마스크를 받았지만 숨을 쉴 수 없어서 낄 수도 없었다. 이번엔 살 만한 지 지난번처럼 잠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응급실 방문 세 번째 만에 맨 정신으로 누웠다.
119 출동만 7차례,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처음으로 본 응급실 풍경. 내 옆자리 젊은 여자는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교통사고로 코랑 입을 다친 모양이었다. 빠진 치아는 친구가 가지고 있다고. 처음 응급실에 들어올 때부터 고통에 소리치던 외국 여자는 진료 보러 들어갔나 했는데 또다시 괴성이 들려왔다. 어디가 아픈지 괴성을 내고 옆에 앉은 남편인듯한 보호자는 무심하게 앉아만 있었다. 다양한 풍경, 소방대원들 정말 바쁘고 힘들겠구나, 응급실 식구들도. (전공의들 돌아오시오.)
대기하는 동안 30분 간격으로 혈압, 맥박, 열 체크를 했다. 4시쯤, 생각보다 이르게 진료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소변검사, 이번엔 CT 촬영이 생략됐고 솜씨 좋은 남자 간호사가 한 번만에 발 채혈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마취 없이 흉수 천자 시작, 유난히 통증이 심했다. 지난번과 양이 비슷해서 1리터 혹은 그 미만으로 30분가량 뽑을 거라 했다. 불편하게 앉은 자세로 흉수를 뽑는데 식은땀이 흐르면서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4시 38분에 시작한 시술이 5시 30분까지 지속되었다. 결국 얼마나 더 있어야 하냐고 묻고서야 흉수 천자가 끝났다. (1200ml나 뽑혔다. 흉수는 폐부종이 생길 수도 있고 심장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한 번에 전부 다 뽑으면 안 된다.) 5% 라지만 기흉 가능성 때문에 엑스레이를 찍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퇴원.
수요일, 외출했으나 졸림, 기력 없음, 입맛 없음으로 바로 돌아와 잠만 잤다. 저녁 먹은 것 다 토했다.
목요일, 하루 종일 자다 깨서 두통약 먹고, 저녁 먹은 것 다 토했다.
금요일 오늘에야 정신이 든다. 글 쓸 정신, 걸을 정신, 먹을 정신…
매일 마시던 카페라테도 4일 만에 마셨다. 그저 내 손발로 뭔갈 하고 내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행복‘이라는 걸…. 식욕이 있는 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거라는 걸.. 아파봐야 안다. 그래서 오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