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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도란의 새벽다락 Feb 14. 2024

책갈피 파는 여자

출처: 영화 <흐르는 대로>



유튜브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이 영화가 떴다.

<흐르는 대로> 제목이 마음에 든다.

검색창에 검색해 보니, 영화 소개는 다음과 같다.


거짓말이어도 좋다. 그와 나 사이, 흐르는 대로.


여행으로 자리를 비운 언니를 대신해 잡화점을 지키는 사토미. 인생이 무료하기만 한 그녀 앞에 떠나간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 토모노리가 나타난다. 가게를 벗어나 도쿄의 길거리를 배회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 오늘 처음 알게 된 사이, 서로에 대해 아는 것 없는 그들은 물 흐르듯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대화를 이어 나간다. 모든 것이 모호한 시간은 흘러가고 밝은 낮이 깊은 밤이 되어갈수록 그들은 점차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는데...


재미있겠다. 바로 결제를 하고 보았다.


-


둘은 미묘한 분위기 속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함께 걷고, 이야기했다. 흐르는 대로.

둘의 대화에 나도 서서히 스며들어갔다.

이 부분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다.


"그 소설을 읽으면 비슷한 느낌에  빠져들 때가 있어.

 가본 적도 없는 곳인데 왠지 그리움이 느껴지고 그냥 막연히 애틋하달까.

 내가 무방비 상태가 되고 그게 되게 편안해져."


너무 와닿았다.  

 역시 에세이나 시를 읽다 보면 마치  다른 나를 만난 것만 같이 반가울 때가 있다. 영화 , 사토미가 말하는 데자뷰처럼.

비밀스러운 너와 나만의 이야기, 인 것만 같은 폭풍공감.

이래서, 문학 없이는 못 사나 보다.


외로울수록 혼자 있었고,

슬플수록 문학을 읽었다.


아파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문학 안에서 마음껏 아파하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 그만 성숙해져도 좋으니 그만 아프고 싶다고 독백을 해본다.

그 독백마저도 나눌 수 있는 것이 문학이라 그리 춥진 않다, 겨울이.


작가로서는,

단 한 줄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이 되어주었다는 표현보다 더 큰 찬사가 있을까.


영화 속 책갈피를 보니, 시가 쓰고 싶어진다.


나에게 넌 수채화 같아서

번질수록 예쁘고 예쁘더구나


글자 위로 천천히 걷기도 하고

행간에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새싹 같은 책냄새 맡아도 보아


그곳에,

나의 작은 책갈피 꽂아두고서

한 장 한 장 다음 마음 넘겨가 본다


너에게 난... 무엇 같을까


<책갈피(2024)_유도란>


-


그가 흘린 책갈피를 주운 사토미.

그녀를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로 데려간 토모노리.

둘은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낮은 밤이 되고.


그녀는 그에게 책갈피를 돌려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모든 게 그녀 혹은 그의 독백이었을까.




영화, <흐르는 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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