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세 가지 원인

돈, 사람, 생각

by 모라의 보험세계

"속상해요.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했죠."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과거 어느 한 순간에는 틀림없이 좋은 기분으로 싸인을 하고 안심을 했을텐데, 시간이 흐르고 눈이 커지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분들과 자주 만난다.


보험업계에 있으면 이 세계의 고유단어들이 있다. 보장분석, 보험리모델링이 대표적인데, 갖고 있는 보험의 내용을 확인하여 중요한 것들이 잘 들어 있는지 체크하고,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건 빼기도 한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부족한 건 새로운 보험을 추가하여 보충한다.


이런 과정들은 기존 보험이 잘 되어 있었다면 전혀 필요가 없는 절차인데, 상담요청은 결코 줄어든 적이 없다. 많은 매체와 정보들이 넘쳐나도 잘못 가입하고 후회하는 고객들은 계속 양산되는 것만 같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어떤 것이 고객의 시간과 돈을 허비하게 만드는 것일까?



1. 트렌드의 변화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보험이란 상품은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병들과 새로운 약들이 계속 생기듯이 사람들의 삶과 물가상승, 통계와 확률을 기반으로 몇주마다, 몇달마다, 몇년마다 바꾸고 바꾼다. 그런 정보들에 대해 늘 공부하고 준비해야하는 것이 설계사의 일상이다.


"옛날에 가입한 보험이라 내용이 별루인거 같아요. 없는 게 너무 많네요."


"이 보험을 가입할 당시에는 이 내용이 최상이었을 거에요. 지금 티비나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담보들은 최근에 새로 나온 것들이거든요. 가입 당시에는 잘 하신거에요..^^"


"아 그런가요?"


이런 대화의 끝에는 고객의 안심이 보이고 미소를 본다. 실제로 내용이 충실한 경우에는 리모델링이라기 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으로 조금 더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원인인 부족함은 괜찮다. 문제는 사람이 원인이 되는 부족함을 맞닥뜨리면 이걸 어떻게 안내해야 속상함이 덜 할지 고민이 앞서게 된다.


상품을 구매하는 건 고객이지만, 구매하라고 손에 쥐어주는 건 고객 앞에 선 사람이다. 어떤 설계사와 마주했었는지 상품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고객의 시간과 돈을 잘못된 그릇에 담게 하여 실패한 선택으로 만드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로 말할 수 있다. 물론 나의 경험 데이터 상에서 나오는 나의 뇌피셜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2. 눈가리고 아웅하는 갱신형


수년 전 보험을 가입하려고 만난 설계사가 정말 싼 가격의 견적안을 들고 와서 말한다.


"이렇게 싼데 엄청 빵빵하죠. 지금 이것만한 게 없어요."


고객은 딱 여기까지만 기억한다. 실제로 이렇게만 안내했을수도 있다. 엄청난 시간이 지난 지금 보니 싸긴 싼데, 돈을 내는 기간이 무려 80년이다. 80년! (실제 나의 고객의 이야기)


갱신형은 그런 친구이다. 처음 시작하는 가격은 매우 싸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마다 금액은 조금씩 오른다. 얼마씩 오를지는 미리 알 수 없고, 그 때 가봐야 알수 있다. 그렇게 야금야금 오르는데 병원출입이 잦아지는 중년부터는 보험료가 뛰는 폭이 커진다. 언제까지 내야하나 고민하다가 콜센로 전화해보고 엉덩방아를 찧고만다.


"가입하신 보험은 3년 갱신형 100세만기라서 납입기간은 100세까지입니다."


당장의 보험료만 보고 그 이면의 단점은 깨닫지 못한채 갱신형 보험을 선택한 젊은 고객들이 가장 많은 한숨을 쉬었다.


젊을수록 20년만 내고 납입을 끝내버리는 비갱신이 강추이다.



3. 지인 소개의 덫


아는 사람이 소개한 설계사를 만나면 대부분 시원하게 궁금증 해소를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소개자가 나보다 선배이거나 부모님과 연결된 사람이면 더더군다나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설계사가 굉장히 당당하고, 목소리를 드높여 추천하거나, 좋은 걸 두고 무슨 고민이냐 하며 은근하게 푸쉬를 하면 고객은 펜을 들게 된다.


지인 소개의 설계사가 정말 잘 해준 고객들은 나와 만날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내가 만난 고객들은 지인 설계사와 다투기도 하고, 큰소리를 듣고 주눅들기도 하고,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였다.


설계사는 상품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직업이다. 고객이 궁금해 하는게 있으면 그건 몰라도 돼! 가 아니라 제대로 확인해서 알려줄게! 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인 소개의 설계사들에게 이 과정은 참..그렇다. 귀찮게 하면 안될 것 같고, 캐물으면 불편함을 줄 것 같고, 해소감이 없는 상황에서 떠밀리다시피 거금의 할부금융인 보험 청약서에 이름을 적는다.


가끔 고객을 대할 때 '잘 모르면 짜져' 라는 분위기로 압도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나의 젊은 고객은 그런 설계사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하였다. 그리고 나는 '잘 모르면 알때까지 날 붙들어' 정신을 다시 한번 다듬었다. 가입 고객의 담당자가 되어 급여를 받는 입장에서 이게 당연한 거 아닌가..



4. 비싸고 많으면 좋다는 생각


15만원을 내고 과일바구니를 샀는데, 여러가지 과일이 가득 들어있으면 기분이 좋다. 무게가 똑같아도 다양한 과일이 들어있으면 왠지 더 풍요로워보인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껍질만 두껍고 속살은 덜익은 것, 좀 썩은 것, 상품가치 없어서 버린 것처럼 보이는 것, 안먹는 것까지 오만가지가 들어있다면 이걸 풍요와 연관지을 수 있을까?


15만원을 내고 보험을 구매했는데, 여러가지 특약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종이가 네 장, 다섯 장 계속 넘겨야 끝이 나온다면 왠지 더 보장이 많고 튼튼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말기가 아니면 못받는 것, 내는 건 2만원인데 받는 건 1만원인 것, 죽어야만 받을 수 있는 것, 들어본 적도 없는 것, 이미 있는데 중복으로 또 있는 것까지 오만가지가 가득하다면 이게 보장범위가 넓고 좋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보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통계상으로, 확률적으로, 미래에 나에게 닥칠 게 다분한 큰 병, 큰 사고에 대해 준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나머지는 그 다음이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부터 3위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다. 그 다음은 폐렴. 이미 세 명중 한 명은 암진단을 받는다는 통계자료도 나와있다. 그래서 보험은 암부터 인 것 같다.


15만원 중에서 이렇게 중요한 암이나 뇌혈관질환에 대한 건 3만원만 할당해 놓고, 나머지 12만원이 모두 위의 잡다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면 그건 정말 가성비꽝…!


5만원의 보험을 사더라도 제일 중요한 핵심만 딴딴하게 넣어놓았다면 그게 정말 좋은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내 보험에서 가장 핵심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차지하는지 모른 채 비싼 돈이 나가니 당연히 좋을 거라는 생각은 나중에 후회를 불러온다. 나는 그런 고객과 또 상담중이고.. 끝나지 않는 무한반복같다.



실패하는 보험 세가지_모라팀장.jpg


"갱신형보험, 푸쉬하거나 설득하는 사람, 비싸고 많으니 좋을 거라는 생각, 이 세 가지만 아니면 실패는 아닐 거에요."


"어쩌죠 전 세가지 모두에요!"


"괘,괜찮아요! 저는 세 가지랑 먼 사람이니까요. 원하는 것에 가장 근접한 대안으로 찾아드릴게요!"


젊은 고객과 나는 가끔 서로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안심을 나누곤 한다. 나를 생각하면 안심이 되는 담당자가 되고 싶다. 실패를 성공적으로 바꾸어 준 담당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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