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치매

by 모라의 보험세계

시어머님은 80대 초반이다. 아파트에 홀로 거주중이시고, 빚같은 건 없다. 중년이 된 자식들은 모두 네 명인데 어머님을 위한 예비비로 매월 돈을 모은다. 그리고 용돈도 따로 드린다. 보험이 없어도 문제없이 살아왔다.

작지만 월세를 받는 아파트도 하나 더 있다. 이렇게만 보면 남부러울 것이 없는 노후이시다.

그런데 외로움과 거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우울감이 점점 어머님을 더 무겁게 누르는 것 같다.

어머님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내 남편이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어머님을 모시고 더 나은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가진 두 아들은 거리상으로 어머님과 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어머님 약타러 가는 날, 검사받는 날에는 누구라도 평일 하루 휴가를 내어 어머님께 달려간다.

약 2년전쯤 어머님은 치매검사를 받았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얼마 전부터 어머님이 외출하셨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바로 찾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기 시작했다. 헤매었다고.

이미 나는 내 친구의 어머님도 같은 상황이 있었고, 인지기능이 조금 떨어진 것에 대해 약으로 관리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 우리 어머님 연세에는 그럴수도 있다' 라고 생각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60대이고 우리 시어머님은 80대이니 말이다.

그런데 횟수가 잦아졌다. 어머님 당신도 걱정과 두려움에 가득해졌다. 치매검사를 먼저 요청하셨다.

언제 하루를 빼야하나 고민하던 중 오늘, 남편의 형님께서 어머님을 위해 달려가셨다.

어머님은 많이 예민한 상황이셨다. 말 한마디에 틀어지고 만 것.

결국 아주버님은 말없이 돌아가셨고, 남편이 내일 휴가를 내고 어머님께 가기로 했다. 치매센터를 확인하고 예약했다.

어머님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면 점점 어린이와 같은 회로로 생각들이 흘러간다고 느껴진다.

내가 아픈데 왜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아?

난 아프고 슬픈데 왜 말을 그렇게 해?

난 혼자 있는데 왜 자주 오지 않지?

서러워

힘들어

슬퍼

치매검사를 하고 치매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그 이후의 대안이 필요하다.

인지기능장애가 판명되면 약물치료가 시작될 것이고 또 그 이후 대안이 필요하다.

결국 나이가 들면 점점 필요한 대안들이 많아진다. 뚜렷한 솔루션이 없는게 문제.

우리 어머님은 행복한 조건을 가진 노인이다. 행복의 조건은 가졌지만 당신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네 명의 자녀들이 모두 어머님을 위해 노력한다. 언제나 전화하면 받아줄 사람이 네 명이나 있다. 약을 타러 직접 안나가도 된다. 옷과 신발, 생활용품과 식량은 두 딸들이 채워주고, 병원방문이나 먼 이동은 두 아들이 모셔다준다.

자식이 없는 우리 부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치매보험을 가입했다고 끝이 아니다. 치매보험은 중증치매부터 큰 도움이 되지만 지금 우리 어머님처럼 살짝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 전 인지기능장애의 경계선에 있는 상황이라면 보험이 밥을 먹여줄 것도 아니고 병원에 모셔다 줄 것도 아닌데 무슨 소용이랴.

어떻게 준비할까? 어찌 늙어야 하나? 늘 고민인 것이 오늘 어머님 소식에 그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1인가구의 외로움은 돈과 보험이 해결해주지 못한다. 젊을 땐 외로움이 혼자라는 것 하나의 기분이지만, 늙으면 외로움이란 게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고 살기 싫고 등등...여러가지 문제를 함께 끌어온다.

살아있는 뇌세포들을 계속 깨워주고 즐겁게해주고 새로움을 느끼게 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치매관련산업이 더더더 빨리,더 양질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20230119_121024.jpg


20230119_치매안심센터.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고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