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늘 웃는 얼굴, 단정한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변함없는 분이셨다. 여러가지 일을 잘 하셔서 내가 처음 친구를 알게 된 때부터 지금까지 부의 축적은 어머님의 공로가 다분하였다. 인정도 많고 사교성도 좋으셔서 주위에는 친구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서울 중심지에 크진 않지만 주거용 건물을 세웠다. 그리고 세를 주었다. 자식들 모두 결혼하였고 손주들도 잘 크고 있다. 자식들이 모두 친정 근처에 모여 산다. 그래서 가족들을 늘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일도 꾸준히 하셔서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을거라 생각했었다.
가까운 가족, 그리고 늘 나누는 정, 노후 준비도 왠만큼 되었고, 그럼 무엇이..?
힘든 세상의 문을 닫고 영면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자의로.
힘든 내색은 전혀 없이 편하게 잠든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행복을 돈, 일, 건강, 자식농사, 가족애 등으로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모든것이 충족되면 행복과 매우 가까운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어머님의 마음에 만족이 아니라 부족을 채웠던 것일까..? 좋은 것 보다 슬프고 힘든 것으로 채웠던 건 뭘까?
내가 너무나도 부러워하던 가족과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 온 날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추억이 좀 다쳐버렸다. 약이 없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아온 다른 친구가 넌지시 말했다.
“일만 하고 돈 버느라 고생만 하시다가 가신거야. 이제 누리고 즐기실 때인데, 그런 걸 못하셨어. 자신을 위해 뭔갈 해보셨을까..”
생각해보면 어머님은 혼자만의 시간이나 여행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항상 일을 하셔서 일을 사랑하는 줄 알았을 수도 있다. 근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어딨담..! ㅠㅠ
시어른도 모셨다. 어른부터 손주까지 어머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몇십년을 수퍼우먼으로 사시다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셨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충전되는지 모르셨을 것 같다. 열심히 일하여 가족들을 위해 쌓아올리는 것이 충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 세대는 그러고도 남으니 말이다.. ㅠㅠ
험한 말이나 격한 언행이 전혀 없는 친구와 그 동생들의 성향을 보면 어머님이 자신의 힘듦을 조용히 상자에 넣어두고 아주 조금만 표출했을거라고도 생각된다.
모든 상황과 감정을 정리하려고 부던히 노력했지만 결과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삶의 시간을 정리하셨다고 생각했다.
감기만으로는 죽지 않는다. 감기를 방치해서 폐렴이나 합병증이 심해지면 죽는다. 마음의 감기로도 죽지는 않는다. 그런데 마음의 합병증이 올 때까지 방치하면 큰일난다. 어머님은 마음 감기의 합병증이 치유되지 못하였다.
감기는 돈과 일, 명예 등 사람을 보지 않는다. 그냥 틈이 있으면 들어온다.
감정의 블루, 우울이라는 감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붙어 있지만 털어내는 건 개인의 차이가 정말 크다.
사람들 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어. 지금 아둥바둥 살아모해? 죽으면 돈 싸들고 갈 것도 아닌데 말야. 남는 게 뭐가 있니."
남는 게 왜 없어요.. 어머님이 수십년간 수퍼우먼으로 사시면서 에너지를 모두 쏟은 덕에, 자식들 모두 서울 자가 아파트에서 다들 잘 살고 있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시어른도 정정하시고, 노후준비랄 것 도 없이 건물에서 세 들어오고, 행복과 연관된 모든 것들이 준비되었는걸요..
아둥바둥을 나쁘게 쓰면 부질없단 의미처럼 들리지만, 아둥바둥을 잘 쌓으면 그것만큼 가족 모두에게 행복과 평화를 나누어준 성공적인 의미가 있을까요..?
나의 정신을 좀먹는 감기와 합병증도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비록 정신은 허리 사이즈를 재듯 숫자로 잴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이상 더 지속되면 내 마음의 혈액순환이 안될 것 같다는 한계를 아는 것은 내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관리이다.
우리의 건강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보험을 준비하는데, 육체적인 것 외에 정신적인 보험은 무엇으로 준비하고 있을까..?
나를 위한 휴식, 좋은 먹거리, 즐거움을 주는 음악이나 몸을 움직이는 강습, 심호흡 할수 있는 산책길, 스트레스가 쌓이면 마구 쏟아낼 손바닥노트와 펜(스트레스 유발자가 앞에 있어도 쌍욕을 할수 있는 방법, 글로 유발자의 따귀를 수십번 갈길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힘든 걸 얘기하고 나와 맞는 의사를 찾기..
나는 거의 다 해보았다. 악마를 그린 적이 참 많았고 악마의 글을 쓴 적은 더 많았다. 그런데 덕분에 지금은 안티프레질의 삶을 향해 단단한 멘탈벽을 하루하루 다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서는 나의 뇌 속 자기관리가 필수이다. 온라인 친분이 많아질수록 익명의 공격자들도 많아진다. 현실에서 주변인들은 내 마음을 잘 알아채기 어렵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는지 딱 하나만이라도 찾아보는 게 시작이다.
나를 위한 시간과 투자보다 귀한 건 없다. 보험? 보험은 사고가 터져야 도와주는 거지 예비책도 해결책도 아니다!
나와 만나고 좋은 인사말을 나눈 모든 사람들이 내가 하늘나라 가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행복의 가지수를 넓히는 재미있는 인생길을 나누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