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까지 잠을 못이뤘던 이유는 상사A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팀장님 급여테이블은 지금 75% 잖아요. 그대로 팀 이동하면 옆에서 난리나요.
명분이 필요해요. 70% 로 가는 게 싫으면 리쿠르팅(보험설계사로 일할 사람을 데려오는 것)을 하세요. 그럼 75로 갈수 있어요.
어떻게 하실지 수요일까지 답변주세요.”
보험설계사의 급여는 쉽게 퍼센트로 표현된다. 내가 체결한 계약으로 인해 내가 받을 총급여량을 100% 로 친다면, 이것저것 떼고 나서 75%가 내 급여가 되는 것이다. 나의 밥그릇은 75그램 아니 75%.. 그런데 그걸 강제로 70%로 낮추라고..? 이유는 팀을 변경하는 것 뿐인데..?
내가 물건 하나를 팔았을 때 75% 를 받을 수 있느냐 70% 를 받게 되느냐 중에서 어느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백이면 백 모두 75% 를 말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이 대리점에 입사해서 몇년 간 열심히 돈을 벌어왔고 지난 해보다 업무량과 실적은 늘었다.
그런데 이런 폭탄선언을 들을 줄이야. 그것도 이틀만에 수습하여 답변을 줘야한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다. 대표님은 사무실을 확장하고 업무환경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그 중 나는 기존의 상급관리자가 퇴직하면서 지금의 상사A의 팀으로 이동해왔다. 급여테이블은 그대로 말이다.
그리고 팀원의 규모가 늘어나자, 다시금 팀을 재조정하려 한다는 윗선의 움직임을 들었다. 나는 내 옆의 열정적이고 사근사근한 동료와 함께 같은 팀으로 가면 더 열심히 더 잘 할수 있을 거라고 대표님에게 미리 말을 해두었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의 거리를 결코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다면 그걸 막을 대표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게 바로 대표와 회사의 발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대표님 대신 관리 권한을 대행하는 상사A가 통보하는 말은 충격이었다. 급여를 깎고 다른 팀으로 가던가 아니면 이대로 받으면서 상사A 아래에 가만히 있던가, 대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뿐이었다.
둘 다 나에게는 도움이 안되는 제안들인데 이걸 이틀만에 결정하라니.. 따르지 않을거면 나가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의 가치와 나의 노력은 철저하게 그 사람의 명분으로만 대체되었다. 내 머리속에 남은 건 뼈를 때리는 듯한 내용뿐이었다.
“너의 발전은 상관없고 내 말을 따르던가 아니면 말아. 너의 직속 상관은 나다.”
다들 가고 싶어하는 팀으로 나를 보내주는 것이 그 팀으로 못가는 사람들의 쑥덕거림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면, 그런 말들을 쏙 들어가게 할 명분은 내 수수료 축소밖에는 없는 것일까? 진정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입사시 대표와 약속하고 계약서에도 쓴 내 밥그릇을 상사A라는 신생권력이 깨려고 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설레임과 열정을 가지고 입사했던 회사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퇴사할때 기분은 아쉬움 뿐이었다.
“그래 이 기회에 또 다른 계단을 오르며 발전할 수 있을거야. 회사를 고르는 눈, 사람을 보는 눈 모두 더 깊어졌으니 후회없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돼!”
익숙한 곳을 떠나는 아쉬움은 곧 사라지고 새로운 곳 중에서 어디가 가장 내 자리로 적합할지 고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