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는 반드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 한 보험회사에 속해 있거나 여러 상품을 다 취급하는 보험대리점에 있거나이다.
재무설계회사에서 시작해서 몇군데 대리점을 이동하다보니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어딜가나 인성 안좋은 사람 있고, 그 구역의 또라이가 하필 내 근처에 있을 수도 있고, 좋지 않았던 이미지가 180도 달라져 신봉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다 좋은데 사무실이 개떡같을 수도 있다. 내가 제일 짜증났던 건 팩스와 프린터.
직장 분위기, 주변인들의 인성, 실적, 사무실 인프라 등이 모두 만족스럽기는 어렵다. 아주 마음이 편하려면 사무실을 따로 얻어 혼자 있으면 되는데, 어머나 난 벌써 그러고 있네? ㅋㅋ
이전 회사 동료를 만났다. 배울 점 많고 항상 에너지가 뿜뿜인 사람인데, 여전히 여전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은근히 또 배우고 힘도 얻는 그런 사람이다.
내 안에는 늘 갈등의 잡초가 있는데, 누르고 베어도 계속 나오는 그런 잡초다. 혼자 있어서 마음이 편하고 시간적 손실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나와 비슷한 방향성과 좋은 인성,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어깨가 닿아야 한다고 외치는 잡초다.
보험설계사 직업의 특성 상 일하는 기본 프로세스는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급여의 제한이 없다. 남들보다 시간과 노력을 더 쏟아부으면 더더더 많이 벌고, 코로나도 걸렸는데 좀 푹 쉴까? 하면 다음 달 급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작된다. 설계사들의 대리점 이동.
같은 실적을 해도 더 급여가 큰 대리점이 있다.
내가 덜 노력해도 실적을 낼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대리점도 있다.
사람도 환경도 좋은데 물리적으로 출퇴근이 어려운 대리점도 있다.
실적과 기회 등 조건이 다 좋은데 리더가 리스크인 대리점도 있다.
다른 동료 언니와 이야기 하던 중 내가 말했다.
"언니, 제가 지금 있는 곳은 CMA 같은 곳이에요. 정말 안정적인데 큰 수익을 바라보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거긴요, 미국식펀드 같은 곳이에요.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수익도 정말 크거든요."
언니는 막 웃었다. 대리점이나 사람을 펀드나 CMA 로 비유하는 것이 생소하지만 내가 느끼는 면은 그랬다.
동료 언니도 자신의 일과 시간을 미국식펀드에 투자할지 현재의 CMA 계좌에 여전히 묵혀둘지 고민 중이라 했다. ㅎㅎㅎ
보험설계사에게 있어서 참 어려운 점은, 보험대리점을 옮기면 그 곳에서 이루어 놓은 실적과 남은 급여는 다 놓고 퇴사해야 된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 고객들과 연락하거나 보험금청구는 여전히 해 줄수 있지만 담당자가 강제로 바뀌게 된다.
혹여나 기존 고객이 특약을 빼고 수정하고 싶다고 하면, 다른 대리점에 있는 내가 할 수가 없어서 새로이 배정된 현재 담당자가 해주게 된다. 크게 불편할 건 없지만, 그냥 나는 내가 바로 못하는 게 좀 그렇다.
보험대리점은 어떻게 이런 구조가 되었을까. 보험설계사는 어떻게 이런 이미지(별로 좋지 않은)를 가지고 이어지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