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 간병비용은 모두 제외되어 있다.
간병을 위한 공간과 인력은 앞으로 더 필요해질 것이다.
최근 상담은 거의 간병인보험이었는데, 그냥 보험이 필요하다더라가 아니라 주위의 안타까운 상황을 접한 분들이 강력한 니즈를 느껴 연락을 주시는 게 참 많았다.
지금은 간병인 사용한 비용을 하루 최대 15만원까지 보상해주는 상품이 대세이다. 이것이 충분할까?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은 커질 것이다. 물가상승, 간병인 사용비용 상승, 여러가지 제반비용도 물가 따라 오를테니 5년뒤, 10년뒤에는 또 어떤 보충재가 나올까.
수년 전 뇌졸중 투병과 요양시설에서 간병을 받아오다 돌아가신 지인의 아버님이 떠오른다. 기저귀를 산더미처럼 사놓았었다는 말이 각인되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기에..
간병인보험을 계속 설계하고 청약서를 발송한 것 같다. 자기 전에 다시 꺼내 든 책. 박중철 의사선생님의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여러모로 내 삶과 내 일 그리고 나와 고객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이 내게 말한 건 이렇다.
”지금 우리는 실패한 죽음만 접하고 있는데, 병원과 죽음 그 이면에는 어쩔 수 없는 그것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해 우리 모두는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이는 후회없는 삶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그것을 친절한 죽음이라고 한다.“
술술 흘러가는 문장들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인간적인 생각들이 가득한 이 책의 내용 중 여러번 되새김하게 된 것들을 정리해본다.
병원에서 대부분 사망선고를 받는다. 의식이 없어도 숨만 붙어있으면 자동으로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기계들을 달게 된다. 연명의료라고도 하는데 크게 기계호흡장치와 영양공급으로 구분된다.
“내가 죽게 된다면 호흡장치는 안달았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미리 한다면, 안 달수 있다. 하지만 물과 영양공급은 무조건 달게 되어 있다. 법적 처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족들, 의료진 모두가 예상하는 저승이 바로 앞에 와 있는데도, 물과 영양공급은 반드시 해서 사망으로 가는 길을 억지로 늘려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 환자도 가족들도 고통은 배가 된다.
모든 프로세스가 환자와 가족의 편의보다는 ‘해야만 하는’ 것들로 가득한 일반 병원들은 모두 death를 억지로 늘릴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조금 덜하고 환자를 위한 고통 절감에 포커스를 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에이즈 등의 4개군의 질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이용할 수 있으며 병동도 무척 적다.
호스피스로 갈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 1인실이 아니면 여기에서 밀려난 처치실에서 여러 주사바늘과 수액을 주렁주렁 달고 고통의 소음들과 함께 사망선고를 받는다.
의대에서는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들, 기술들 위주로 배운다. 그래서 의학적인 사건으로 사망을 바라본다. 사망이 가까이 온 환자의 팔에 주사바늘을 통해 영양제가 들어가면 환자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을 의사는 알고 있다. 법적인 제재나 긴 시간 습득한 의료기술의 영향으로 고통을 덜기보다는 진통제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된다.
저승의 그림자가 이미 와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의대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의료인들도 호스피스 시설에서 고통없는 마무리를 원한다고 한다. 배운 것과 원하는 것이 다르다.
죽음은 불운의 대명사로 여긴다. 그리고 회피한다. 일그러진 고통 속에서 가느냐, 평온하고 완결된 모습으로 가느냐가 삶의 마무리가 된다. 후회없이 살아온 인생의 마무리는 고통없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아, 후회가 가득하게 살았더라도 똑같이.
단순히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정리인 죽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 준비가 곧 후회없는 삶이 될테니까^^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친절한 죽음을 위해 To-do list 가 있다.
첫번째,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산후조리원이 있듯이 사망자와 가족들을 위한 임종실이 병원마다 만들어져야 한다. 사망선고는 응급실이나 처치실이 아닌 임종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두번째, 호스피스 병동을 늘려야 한다. 돈이 있어도 암환자는 되고 더 아픈 희귀병환자는 안되는 현실을 빨리 개선해야하니까.
세번째, 의대에서 친절한 죽음이란 무엇인지 진솔한 교육을 해야한다. 모든 기술을 다 쓰는 것만이 환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네번째, 연명치료에서 물과 영양공급을 강제로 하게 되어있는 조치를 바꿔야한다. 무의미한 아픔의 연장일 뿐이다.
다섯번째, 생애말기돌봄제도를 만들고 발전시켜야한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돌봄제도는 없는 곳이 없다. 삶의 마무리도 짧지 않은 시간과 통증이 있기에 돌봄서비스는 필수이다.
내가 왜 간병인보험을 보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ㅎㅎ
인간적인 존엄을 잃지 않은 삶의 마지막을 지금부터 고민해서 나의 오늘이 내 마지막 날까지 잘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