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지내는 시어머님을 뵈러 가는 주말.
다음 주말 다른 가족이 올 예정이니, 일주일 정도 드실 반찬을 사간다. 내가 직접 만드는 것 보다 더 작은 비용, 더 맛난 효율이다. 마마쿸 애용 중 ㅎㅎ
일주일 드실 약이 한주먹 두주먹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복용약이 달라서 약달력에 오전 오후 별로 잘 정리해두어야 한다. 아침식사하시고 아침약 먹고, 저녁식사하시고 저녁약먹고, 말은 정말 쉬운데 약을 구분하는 것도 잘 못하신다 ㅠㅠ
올해 마지막달 데이케어센터 이용료 안내문이 와 있다. 아주버님께서 지난 주에 서명해두신 거라, 제출만 하면 되는 것 같다.
자기부담금 외에 식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월 평균 25만원정도 나간다. 처음에는 이 돈이 너무 아깝다고 센터에 안나가신다며 떼를 쓰셨지만, 또 잊으셨다^^ 소소한 일들을 잊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을 때도 있는 것이 치매 일상인 것 같다.
알츠하이머 신약이 효과가 좋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는데, 어서 상용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치매약은 몇번 빼먹으면 상태가 확 안좋아지고 또 약을 좀 드시면 확 좋아지곤 했다.
작은 알약이 위에서 녹아 어떻게 뇌에 가서 신기한 작용을 하는지.. 인체와 화학에 대한 학문은 정말 없어서는 안될 분야이다 ㅎㅎ
식사 후 커피타임을 갖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은 찻잔을 집어들었다.
어머님이 드시다 만 오란다가 숨어있다. ㅎㅎㅎ
다람쥐같이 귀여운 상황^^
올해 초 알츠하이머 진단받을 땐 끔찍한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잘 챙겨드시고 데이케어센터 활동을 잘 유지하신 덕분에 지금은 앙증맞은 어린아이같은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일정한 저녁시간에 인슐린 주사처방을 받아야하는 당뇨냥이가 있기에, 서운한 눈빛의 어머님을 뒤로하고 일어서 수 밖에 없었다.
집에오니 갑자기 녹초가 된다. 나이들어서 그런가..
이틀 밤새고도 친구들과 먹고 떠들고 놀고 하던 20대를 떠올려본다. 그 땐 내가 이렇게 피로에 물들어 하루 몇시간의 일정에 넉다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찌.
어머님처럼 80대에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살려면 지금부터 체력과 근력관리를 잘 해야한다고 티비에서 계속 나온다.
갑자기 스쿼트를 하고 자기로... ㅎㅎ
살아보니 인생에 별 게 없다. 매일 똑같다. 매일 힘들여서 나를 계획한 길로 이끌어야 한다. 매일 똑같은 그 임무가 제일 무거운 일이다.
복잡한 생각은 뒤로하고 스쿼트도 했으니 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