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사를 했다.
남편 회사가 판교에서 과천으로 이사하게 되어 도저히 수지에서 다닐수가 없었다.
이사하는 김에 내 사무실도 정리하고
새로운 대리점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으쌰으쌰 에너지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약 5년전에도
당시 본부장이었던 분과 면담하면서 으쌰으쌰 어깨를 맞대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난 으쌰으쌰가 정말 중요한 사람)
사무실로 출근한지 3개월 만에 내가 소속된 사무실은 경기 북부에 개소식을 하였고, 집과 무려 4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온라인 보험영업 특성 상 사무실에 상주하여 일하기 때문에 집과 사무실의 거리는 매우 중요한데, 나와 상담한 본부장이 그렇게 나를 토쓰하고 말줄은 몰랐다...
지금 그 대리점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사람은, 매월 소식지와 약관을 후벼파서 강의를 해주시는 한 분밖에 생각이 안난다.
얼마전에도 지금 대리점 동료들과 함께 그 분의 강의를 듣고 왔다.
감사하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세 분은
김문범 본부장님
박태현 이사님
조상현 손사님
매년 시간 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강의를 들었다.
한번 듣고 모두 흡수되는 교육은 없다.
반복하면서 나의 얇디 얇았던 내공도 조금 두터워진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이사한 곳에서도 세 분의 강의는 계속 들으러 다닐 것이다.
보험을 가입하면 담당설계사에게 수당이 지급되는데 그 기간이 최장 약 2년내외이다. (앞으로는 더 작게 더 길게 늘어진다고 한다)
담당설계사가 타 대리점으로 옮기면 계약들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 가입한 대리점에 머무르며 담당자만 다른 사람으로 변경된다.
그러니까 담당설계사보다 가입 시점 대리점이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
약 2년이 지나면 수당 지급도 끝나고 얽매일 것이 없다. 담당자 변경이 가능하게 되고 대리점이 허락만 해주면 된다. (대부분 이관 해준다)
가입 후 2년이 훨씬 지난 고객들 중에서 카드결제를 내가 직접 해드리던 분들이 계셨다.
이전 대리점에서 이 분들을 붙들고 있을 이유(수당)가 없으니, 내가 다시 모셔와야 했다.
고객님들께 나의 대리점 이직 소식을 전하고, 보험사 콜센터로 담당자 이관신청을 부탁드렸다.
한달여를 기다린 끝의 결말은...
이전 대리점의 방침으로 그 어떤 고객도 내가 다시 모셔올 수가 없었다.
이.관.불.가.
이 과정에서
이전 대리점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이전 대리점 상사와 통화한 고객들이 다시 나에게 연락하여 응대가 불쾌했다, 왜 이러냐 등의 하소연을 하였고,
나는 내 이직도 사과해야하고, 이전 상사에 대해서도 해명을 하는 등의 더블사과를 계속 하였다.
사과를 계속하는 한달이었다.
고객에게 불편함 드린 것은 사과하는 게 맞았는데, 이전 대리점 방침으로 내 고객들을 다시 내가 모셔올 수 없다는 사실과 카드결제를 부탁하는 내가 이전 상사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참 이상했지만 일단 했다.
그리고 퇴사처리가 지연된 점이나 핵심내용 전달 없이 전화연결 안된다고 싫은 소리 한 점, 내 고객들에게 불쾌한 응대나 내 흉을 본 점 등에 대해 내가 받은 사과는 없었다.
그 곳을 잘 나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은 소음과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혈당 상승도 크다.
그래서 이사 전날 저녁에 고양이호텔에 맡기고, 이사 당일 저녁에 다시 데리고 왔다.
당뇨가 있어서 인슐린주사를 투여한지 2년이 좀 넘은 9살 반려묘가 이상해졌다.
식음전폐와 더불어 인슐린 주사도 이틀정도 없었던 탓에 케톤산증이라는 급성 합병증이 찾아온 것이다.
케톤산증이라는 것도 몰랐다.
축 쳐져서 잘 못 걷고, 몇 걸음 걷다가 픽 쓰러지고, 멍한 눈빛과 함께 때때로 큰 소리로 울었다. 그 울음은 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였다.
늘 다니던 주치의 선생님은 수지에 계시고 지금 이사한 집과는 거의 1시간 떨어져 있는데 심지어 주말이었다.
남편이 검색하다가 우연하게도 집 앞의 새로운 동물병원이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을 먹다 말고 세수도 안한 채 병원에 갔다.
그리고 입원.
일요일 부터 화요일까지 3일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쌓여있던 케톤이라는 것을 배출하는 수액을 맞고, 인슐린도 투여하고, 콧줄을 하고 주사기로 유동식을 먹이고, 물도 먹였다.
나는 8시 전에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9시에 다시 집으로 가서 아픈 냥이를 데리고 병원에 입원시킨 뒤 다시 사무실로 왔다. 며칠 케이지를 어깨에 매고 종종걸음을 걸었다고 지금도 어깨가 아프다.
3일간 100만원 정도를 썼는데, 돈보다는 여기서 더 심해져서 24시간 응급실이나 2차병원까지는 안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훨씬 비싸고 큰 대형동물병원에 가서 돈은 몇 배로 더 쓰고 반려견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친구들이 몇명 있었다.
큰 병원의 장점은 장비가 많고, 단점은 아픈 동물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공간과 소음 스트레스에 약한 우리 당뇨냥이를 더 세심히 케어할 수 있는 동네 의원에서 치료가 끝나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지금은 집에서 다시 내가 인슐린 주사를 투여해주고 궁디팡팡을 하고 출근하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당뇨는 정말 위험하고, 당뇨합병증은 정말 치명적이다..
새로운 대리점에는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해주시는 피디님이 계신다.
이전에 내 힘으로는 너무나 힘들었던 영상편집의 시간소모를 확 줄여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항상 규칙적으로 8시 이전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사무직같은 생활을 하니, 마치 공무원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다가, 유튜브 채널명도 보험공무원으로 하여 영상을 만들고 심의신청도 했다.
보험설계사가 만드는 모든 게시물은 사실 심의를 받아서 심의필 번호를 받아야만 한다.
인스타, 릴스, 틱톡, 유튜브 숏츠 등등 심의 없는 게시물들이 더 많지만 나는 이전 대리점 본사에서 내꺼만 아주 탈탈 털어서 난도질을 해 놓았으므로 남들이 심의를 안하고 올려도 나는 흔들리지 말고 정도를 걷자 생각했다.
그래서 영상 3개가 심의 중이었는데, 어제 답변을 받고 크게 웃었다.
개인 업무 광고에 공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니 채널명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보험공무원이라고 하면, 누군가가 나를 진짜 공무원이라고 생각할까?
"안녕하세요 공무원처럼 일하는 보험설계사 모라팀장입니다" 라고 시작하는 영상인데 말이다.
하지만 근 4년이상을 금융소비자법 광고심의를 경험해본 설계사로써 이런 기준이 모호하고 억울한 상황은 너무 많았다. 그냥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뭐 알겠다 니 뜻이 그렇다면야 내가 널 어케 이기니? 넌 협회고 난 설계산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대리점 동료들은 혀를 차고 어이없다고 하지만 나는 웃으며 사리가 하나 더 생겼다.
높은 허들을 넘으면 연봉 업그레이드는 더 커질테니, 엉망진창인 금소법 영상심의 허들이라도 끙끙대며 넘어보겠다 다짐하였다.
먹는 사리이건 오랜 수행의 사리이건 뭐든 좋다. 뭐든 헤치고 나아가는게 중요하니깐.
2025년 하반기, 더 견고하고 올바른 설계사인생을 만들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