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일주일째, 허약한 사피엔스

코로나 19

by 모라의 보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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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격리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



혓바늘이 세 개가 돋았다. 침을 삼키고, 말을 하고, 먹는 것이 모두 곤욕이다. 혀가 의외로 많이 움직이는 기관이라고 새삼 깨달았다.



하얗고 동그란 구내염이 입술 가장자리에 포진하여 입을 찢는 듯한 통증을 준다. 칫솔이 지나가는 길목에도 하얀 유령이 서서, 양치질을 두렵게 한다. (아침 양치를 건너뛰었다)



자가격리 일주일째, 혈압과 체온 정상, 미각과 후각 매우 좋음, 두통과 몸살기운 전혀 없으며


양질의 단백질과 채소가 가득한 식단, 스쿼트 운동, 부족하지 않은 잠, 독서, 명상까지 면역력에는 최강으로 무장하여 일주일을 보내는데, 혓바늘과 구내염이 왠 말이람.



몇 십년 내 육체를 돌봐온 결과, 나는 컨디션이 나빠지면 구내염과 비염이 나타나 위험신호를 주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에 신경쓰고 있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싱그러운 채소들을 먹어치우는 입안에 온통 전쟁이다.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은 집순이인 나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 산책이나 까페를 갈 수 없는 것이 격리의 아쉬움이랄까.



나는 지금 1밀리미터도 안되는 작은 세 개의 돌기와 하얀 원형의 쐐기들 때문에 고통스럽다.


자가격리 전담공무원이 전화를 한다면, 나는 혓바늘의 통증을 호소할지도 모른다. 한 번에 세 개, 세 배의 고통을 느껴봤냐고.





2. 호모 사피엔스



지금 읽는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이다. 엄청난 두께 덕분에 회사 출퇴근 시간에는 감히 가지고 다니며 읽을 엄두를 못냈었지만, 마침 나를 돌보는 시기에 책장에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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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등 학창시절 시험 때문에 억지로 기억하던 이름들이 이 책에서는 나와 직결된 상상을 하게 된다.



초반까지 읽고나니 새삼 이 시대에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육체적인 조건에서는 다른 생물보다 강한 유전자가 없어,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과 그것으로 추상적인 개념들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점으로 모든 생물들의 꼭대기에 올라서서 지구를 점령(?)하고 있다.



침팬지도 언어를 사용하고 협력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여 말하거나, 믿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나와의 차이.



나처럼 체력도 약하고 에너지 방전도 빨리되는 약골 사피엔스가 돈을 벌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내일 급여일 유후! 다음달 급여일은...이번달 쉬었으니 후우-)



만약 내가 7만년전 어느 깊은 외지의 작은 부족, 네안데르탈인으로 태어났다면 제 명에 제대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진정한 약육강식의 시대에서 약골은 생명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니까.



이 시대 최강의 종족 사피엔스인 내가, 좁쌀보다 작은 혓바늘에 쩔쩔 매고 있다. 구내염 몇 개에 꼼짝도 못한다. 구내염에 장사없다고 말하고 싶다.




3. 보이지 않는 위험



혓바늘도 구내염도 아주 작고, 치사율 없이 지나가는 증상일 뿐이다. 물론 큰 병이 없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이런 미미한 통증으로도 꼼짝달싹 못하는 덩치큰 사피엔스가


심지어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바이러스, 세균들 때문에 지금 어마어마한 손해들을 감수하고 있다. (난 그 중 몸을 사리고 안전해질때까지 숨어있는 거라 해두자)



자동차 사고, 광견병에 전염된 개, 썩은 음식 등 눈에 보이고 형체가 있는 위험들은 피하기 쉽다.



만질수도 없을 만큼 작은 것,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더더 위험하다. 혓바늘에 끙끙대다가 코로나19를 생각한다.



‘그래, 코로나 확진되고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것과 구내염 스무개 혓바늘 서른개를 견디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입안을 희생하는 것이지.

아니 둘다 너무 괴로워!’



확진으로 치료받은 분 말씀으로는, 지병으로 다니던 대학병원에 확진 소식을 알리고 다시 예약을 잡으려하니, 퇴소 후 최소 한달정도 뒤 예약하라는 답변을 주었다고 한다. 병원의 안전을 위해 좀 더 지켜본 후 오라는 것.



이름도 잘 몰랐던 미미한 바이러스의 변종은 이렇게 위험하다. 일상을 헝클어버리고 내 몸도 할퀴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 생각하다가 보험까지 닿았다.



‘보험도 보이지 않는 상품이지! 아프거나 다치거나 여튼 치료라는 행위가 생겨서 눈에 보이는 진료비 영수증이 발생되어야 비로소 이 상품도 보이게 되는거야. 통장에 입금되는 것이 실체로군’



개념과 설명으로만 이루어진 상품이라 자칫 잘못하면 기대했던 생각과는 너무 다른 방향에서만 실체를 볼 수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안전하기 위해 보험을 생각하는데, 보험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하면 말이다. (금융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으로 공문이 엄청나게 내려온다)




코로나 검사를 받을 때 방역복을 입은 분들은 검사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쉴 새 없이 질문했었다.



“열이나 기침, 몸살기운 조금이라도 있으세요? 해외가신 적 있어요? 해외갔다오신 분 만난 적 있어요?”



남편은 같은 질문을 계속 한다며 불평을 했지만, 나는 오히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열이나 기침 등의 유증상자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들은 검사 장소가 다르다.



자신이 이 부분을 미리 알고 해당 줄에 서야한다. 어마어마하게 큰 표지판에 써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글을 대충 보거나 짧은 줄에 성큼 서기 마련.



중간에 계속하여 질문으로 솎아(?)주어야 무증상으로 그냥 검사받는 사람들과, 그 외의 위험성이 조금 있는 사람들과의 선별적인 검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처하려면, 지겨워도 계속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격리 마지막날까지 관리 잘하라고 걱정해주는 고객과 카톡 후 생각했다.



“현미경과 방역복, 소독약같은 보험컨설턴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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