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너의 시간

by 모라의 보험세계
내시간 남의시간 고객의시간.jpg



1. 내 시간



“식사라도 하세요”


"식사는 이미 했고요,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아까워요"



장장 6시간으로 이루어진 중요한 강의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12시 시작이다. 11시 40분에 강의장 자리를 잡아야 하고, 강의장까지 1시간 15분 거리인 것을 감안하면, 나는 대체 점심을 언제 먹어야하는 것일까? 작지만 중요한 고민에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없었다. 결국 밥은 간단하게 해치우고, 당떨어짐을 대비하여 초콜릿바와 음료를 사서 가방에 꾸역꾸역 담았다.



11시 40분 강의장에 도착하니, 강의장 시간표에 1시 강의로 표기되어 있다. 여러명의 다른 팀 사람들이 열심히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강의실 관할하시는 직원분도 1시 강의이니 다른 빈 강의실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아… 이게 아닌데, 이러면 곤란한데. '기다리면 되죠 뭐' 이런 대답은 내가 해야지 주최측이 하는 게 아닌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게 맺힌 아담한 분도 내 옆에서 서성였다. 12시로 알고 오신 분이다. 난처한 눈빛을 주고 받다가 나는 결국 빈 강의실에 앉아서 주최측 단톡방에 사실을 보고했다.



"착오가 있었나봅니다."


"다음부터는 정확한 시간 안내 부탁드립니다"



1시간 오차가 사실이라면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더운 날 지치는 화가 누그러질까말까인데, 첫마디에 '식사라도 하세요' 라며 가볍게 달리는 댓글. 머리에 뿔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밥보다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한 나에게…

심지어 장보는 시간을 아끼려 마켓컬리만 이용하는 나에게...



화가 났다. 12시 강의이니 식사는 당연히 했고,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우니 다음부터는 시간 잘 표기해달라고 설명까지 친절하게 적었다.



그러고나니 죄송하다는 사과문이 달렸다. 재미있었던 것은 강의는 실제로 12시부터가 맞았고, 강의장 밖 표기에 1시로 되어 있어 다른 팀이 임의로 그 전에 사용하던 것이었다. 나에게 사과했던 주최측분에게 나도 발끈했던 것을 사과하였는데, 흠.. 잘못 맞춰진 첫단추는 무엇부터였을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같은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더 빨라지고 더 신속해지고 더 세심해지는 사회에서, 시간착오는 예전보다 더 큰 잘못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중이다.




2. 남의 시간



여러 명의 동료들이 내 앞, 뒤,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상담력과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고, 바로 적용가능한 정보들을 나눈지도 과거가 되어 간다.



잘못된 제안으로 대리점을 나와, 한 곳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소속지를 옮겼고 그 동안 노력한 만큼의 성장도 있었다.



하지만 늘 아쉽고 그리운 것이 있다.



나 홀로의 시간은 내가 아껴 쓰고 있지만, 동료들의 시간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의 시간을 공짜로, 유용하게, 효율적으로 얻어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고 행운이다.



사실 SNS를 보면 지점장, 본부장 등 관리자들은 내내 이 이야기 뿐이다. 잘하고 싶으면 잘하는 사람과 있어야 한다는 꿀멘트부터, 큰 급여나 실적 공개, 쫀쫀한 팀웍 자랑 등 부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약관을 파고드는 학구적인 피드에 매료되었었다)



그런 공간에서도 열심인 사람은 열심히하고, 아닌 사람은 절대 아니다. 어디있느냐보다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물론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것은 진리이다.



하지만 난 동료의 시간을 갈구하는 걸 어쩌랴.



엑셀표 하나 만지지 못하던 내가 이 세계로 발을 디딘 후부터 혼자 밤을 새며 보장분석 표를 만들고, 자료를 정리하고, 지금은 온갖 SNS를 다 활용하며, 동의서와 확인서도 전자문서로 만들어 사용하게 된 기저에는 동료가 어떻게 하는지 옆자리에서 보며 깨달은 것이 가장 크다. 어깨너머로 배운 것도 피가 되고 살이 되어주었다.



내가 제일 우선이면 다음은 동료이다.



내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면, 다음 자산은 동료의 시간이다.



동료로써 서로 만난 다는 건 우리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 을 더 값지고 가치있게 하려는 노력이다. 친목도모이든 정보교류든간에 말이다.



남의 시간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고객의 시간



나도 누군가의 고객이다. 내가 무엇을 구매할 때 고민할 시간을 누가 줄여주면 좋겠다. 비교하고 주문하는 시간과 받는 시간, 주의사항을 읽어볼 시간 등등 중요 내용에 대해서도 누가 필수적인 것만 쏙쏙 알려주면 좋겠다. 그것도 친절하게. 까먹은 것 또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문의를 하면 더욱 신속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를 만나는 고객이 이러할 것으로 생각하고 일한다.



안타깝게도 보험은 보이는 물건이 아니라서 멋진 사진이나 체험글로 홍보를 할 수가 없다. 물같이 어떤 컵에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문의주는 사람에 따라 크기와 색깔, 맛, 가격이 천차만별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음료 자판기가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설계사가 없어도 직접 보험 내용을 공부한 후, 약관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체크하여 좀 더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추린 다음, 원하는 담보를 넣어 보험료를 비교해본 후에 가장 저렴한 것을 골라 가입할 수 있다. 시간만 된다면 얼마든지 고객 스스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심사를 위한 알릴의무의 차이부터 상품별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숙지하는 것과 서른개가 넘는 보험회사와 각 상품마다 보험료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해보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결국 설계사는 고객의 제일 귀중한 재산을 아껴주고 있다.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물론 설계사에 따라 다르지만)



반드시 한 번은 만나서 상품 안내 및 계약체결을 해야했던 기존의 규제가 코로나로 인하여 완화되고, 비대면으로 하되 여러가지 플랫폼을 이용하여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안내하도록 권장하는 금감원 보도자료를 보았다.



만남을 위한 시간을 더 유용하게 쓸수 있게 되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 비교할 시간, 약관 발송하며 안내할 시간, 중요내용 확인할 시간 등을 버는 것이다.



나도 무엇을 살 때 나같은 담당자를 만나고 싶다.



서로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물방울 인간